"양측 힘 불균형에 결과 없을 수도" vs "만남 자체가 성과"
이집트서 열린 EU-아랍연맹 첫 정상회의 |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임은진 기자 = 유럽과 아랍국가 지도자들이 난민과 테러문제 등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AP통신 등 외신은 24일 저녁(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단의 홍해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유럽연합(EU)-아랍연맹(AL)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EU는 28개 회원국을 두고 있고 AL은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EU와 AL 회원국들의 정상회의는 처음이며 공동의장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맡았다.
유럽과 아랍 지도자들은 회의 첫날 난민 문제를 집중해서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난민 통제에 필사적인 EU가 지난해 10월 엘시시 대통령에게 제안해 열리는 만큼 난민 문제는 핵심 주제다. 회의 슬로건도 '안정성에 대한 투자'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려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계속 갈등을 빚는 실정이다.
EU는 이집트 해안 경비대가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난민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되돌려 보내주길 바라고 있다. 그 대가로 엘시시 대통령은 회의가 열린 샤름 엘 셰이크의 인지도 상승과 홍보 효과, 이집트 정부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 역외 국경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FRONTEX)의 파브리스 레게리 이사는 2016년 이후 이집트에서 EU로 직접 오는 배가 없다며 "이집트의 협력은 매우 고무적이고 발전적"이라면서 이집트를 치켜세웠다.
투스크 의장은 "(이주민들의) 출발지, 경유지, 목적지 국가들은 사람들을 위험한 여행으로 유인하고 현대판 노예 제도를 먹여 살리는 밀수업자와 밀매업자의 사업 모델을 깨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중동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등의 테러문제도 논의됐다.
엘시시 대통령은 회의에서 테러 방지를 위해 극단주의 단체의 자금 차단 및 이데올로기 방어 등 광범위한 계획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정상회의 참가국은 남은 기간 시리아와 예멘 등 내전국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브렉시트와 관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투스크 EU 의장과 회동하기로 이미 일정을 잡았고, 다른 EU 회원국 정상과 잇따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
다만 정상회의 참가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준의 합의를 할지는 불투명하다.
유럽과 아랍국가의 입장 차이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물을 발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당장 이달 초 열린 양측 외교장관 모임에서 헝가리가 난민 문제를 조항에 넣는 데 반대하면서 정상회담 성명 초안 작성부터 애를 먹었다. 성명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중동학 센터의 조슈아 랜디스 소장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랍연맹은 국가 간 분열이 최악이고 EU도 마찬가지"라며 "예컨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리비아, 시리아에 관한 정책을 놓고 의견 충돌이 크다"고 지적했다.
카이로 캐내디언대학의 사에드 사덱 정치사회학 교수는 AP통신에 "지난 8년간 지중해 지역의 불안정이 유럽과 중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양측의 힘의 불균형으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유럽과 아랍 정상의 첫 만남인 만큼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만남이 메시지"라고 말했고,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번 정상회의는 그 자체가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투스크 의장은 "우리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안다. 우리는 모든 것에 동의하는 척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공동의 문제에 직면해 있고 관심 사안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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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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