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지에 있으면서도 대표 노후 지역으로 꼽혔던 만리동이 서울 강북권 인기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서울역리가’가 입주한 지 5년 만인 2017년 만리동에 대단지인 ‘서울역센트럴자이’(1341가구)가 합류하면서 일대 변신을 주도했다.
행정구역상 만리동(만리동1·2가)은 사실 넓지 않다. 법정동은 만리동이지만 규모가 약 18㎡로 워낙 작아 중림동 관할이다. 만리동이란 지명은 마포구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만리고개에서 따왔다는 얘기나, 집현전 학자 최만리(崔萬理)가 살던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리고개는 조선시대부터 편싸움을 하던 곳으로 유명했다.
옛적부터 이런 이미지가 박힌 탓일까. 만리동은 서울역을 마주한 최적의 입지를 갖고도 주거지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노후화된 주택이 많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1986년 대규모로 불량주택(판잣집) 재개발 사업이 시행된 적은 있지만 이후 이렇다 할 개발 호재가 없었고 2000년대 들어서도 정비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만리동을 포함한 중림동 전체 규모가 48만㎡(약 14만5200평)에 불과하고 만리동1·2가는 이의 3분의 1 남짓이다. 최근 9510가구 입주로 화제를 모은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규모가 40만5782㎡인데 만리동은 이 절반 규모도 안 되는 크기다.
행정구역상 만리동(만리동1·2가)은 사실 넓지 않다. 법정동은 만리동이지만 규모가 약 18㎡로 워낙 작아 중림동 관할이다. 만리동이란 지명은 마포구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만리고개에서 따왔다는 얘기나, 집현전 학자 최만리(崔萬理)가 살던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리고개는 조선시대부터 편싸움을 하던 곳으로 유명했다.
옛적부터 이런 이미지가 박힌 탓일까. 만리동은 서울역을 마주한 최적의 입지를 갖고도 주거지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노후화된 주택이 많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1986년 대규모로 불량주택(판잣집) 재개발 사업이 시행된 적은 있지만 이후 이렇다 할 개발 호재가 없었고 2000년대 들어서도 정비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만리동을 포함한 중림동 전체 규모가 48만㎡(약 14만5200평)에 불과하고 만리동1·2가는 이의 3분의 1 남짓이다. 최근 9510가구 입주로 화제를 모은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규모가 40만5782㎡인데 만리동은 이 절반 규모도 안 되는 크기다.
그러다 2009년 첫 아파트 분양 소식이 들려왔다. LIG건설이 지하 2층~지상 15층짜리 4개동에 전용 84㎡ 아파트 ‘서울역리가’ 181가구를 분양했다. 아주 작은 규모 아파트였지만 만리동에서 가장 키가 큰 아파트 분양이었다. 3.3㎡당 평균 약 1900만원에 분양돼 2012년 1월에 입주했다. 한라건설이 공급한 ‘한라비발디센트럴’(199가구)은 2018년 입주했다.
서울역리가 최초 분양 당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소식이 발표됐고 서울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1·4호선·공항철도·경의선, KTX, 버스 노선 등 다양한 대중교통망을 갖췄다는 점 때문에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일대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만리동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그해 5월 서울시가 서울역고가도로를 보행로인 ‘서울로7017’로 새 단장했고 일대 도시재생사업 속도를 내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졌다. 옛 중구청 청소차고지였던 부지는 만리동 광장으로 조성됐다.
그리고 같은 해 2017년 8월 최고 25층 14개동 1341가구 규모 서울역센트럴자이가 입주했다. 이 단지는 고가공원 초입에서 직선거리로 50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입주 전부터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다.
최초 분양 당시 평균 6억9883만원에 분양된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입주를 앞둔 2017년 1분기 7억7000만~7억9000만원에 거래되더니 입주 직전인 6월 8억9900만원, 7월 9억1900만원, 8월 9억4000만원에도 거래되며 연일 신고가를 써나갔다. 7월 한 달간 거래된 분양권만 34건이었다. 불과 2016년만 해도 분양권 실거래가가 최초 분양가와 같거나 이보다 낮은 때도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전인 2015년 10월 전용 84㎡ 분양권 실거래가 시세는 6억8020만원, 끽해야 7억원을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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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서울 중구 만리동에 대단지 아파트 ‘서울역센트럴자이’가 입주하면서 일대 풍경도 확 달라졌다. <사진 :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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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출퇴근 맞벌이 부부 수요 많아
서울역센트럴자이는 입주한 이후부터 오히려 실거래가 뚝 끊기다시피 했다. 만리2구역 재개발조합이 청산하기 전이라 등기가 되지 않았고 신규 매수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어 진입장벽이 제법 높았다. 만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입지가 좋아 사겠다는 매수 희망자는 넘쳤는데 입주 1년이 지나지 않아 양도세 부담을 우려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지 않았다”며 “지난해에는 소형 평형인 전용 59㎡ 매매거래가 딱 1건 있었는데 이 아파트는 9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이 아파트 최근 매물 호가는 11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초 분양 당시 5억원대에 분양됐던 아파트다.
만리동1·2가에 걸쳐 새 아파트가 꽉 들어차면서 일대 평균 아파트값 시세도 덩달아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역센트럴자이가 있는 만리동2가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3161만원으로 2017년 말(2983만원) 대비 6% 상승했다. 서울역리가가 있는 만리동1가 시세는 이보다 조금 낮지만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만리동1가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422만원. 2017년 말(1947만원) 시세가 2000만원에도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퍽 많이 올랐다.
총 가구 수 자체가 많지 않은 동네인데도 만리동 일대 전월세 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단지 규모가 크지도 않은 서울역리가에서 전월세 계약서만 33건(전세·준전세·월세·준월세 포함) 쓰였다. 같은 기간 서울역센트럴자이는 전세(준전세 포함) 거래만 59건 이뤄졌다. 월세(준월세 포함) 거래는 총 20건이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중·고교 학군이 약하기는 하지만 서울역과 가깝고 도심지로 출퇴근하기 쉬워 맞벌이 부부, 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인이나 사업가 가족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법정동은 만리동이 아니지만 중림동이나, 청파동·서계동 등 이웃 마을 분위기도 만리동 천지개벽에 한몫했다. 서울로7017 반대편, 그러니까 충정로역 5번 출구부터 서울역 서부교차로에 이르는 중림로 일대 상권이 정비된 덕분이다. 이 일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오래된 선술집과 작은 식당이 즐비한 동네였지만 최근 커피숍, 수제맥줏집 등이 줄줄이 들어섰다. 식당들도 깔끔한 인테리어를 살려 재단장하는 등 상권 분위기가 밝아지는 추세다. 서울 용산구 범이태원 상권인 ‘경리단길’의 이름을 따 ‘중리단길(중림동+경리단길)’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또 다른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시세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고가공원 개장으로 인근 단지 환경이 좋아진 덕분에 호가는 더 오를 것 같다”며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오피스텔도 매매·임대 시세가 오르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인근 용산구 청파동, 서계동 일대에서도 도시재생사업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곳 노후 주택지를 전면 재개발하는 방식 대신 언덕 경관 등을 보존하는 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다소 실망감이 생기기는 했다. 다만 낙후했던 서울역 일대 환경이 개선되면 여전히 부동산 가치 상승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주변 마을 후광 효과가 아니더라도 만리동 자체는 서울 인기 지역 못지않은 알짜 입지다.
주변에 노숙자가 많고 서울역 주변이라 혼잡하다는 우려와 달리 단지 안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서울역까지 걸어서 10~15분으로 지하철 1·4호선·공항철도·경의선, KTX를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 2·5호선 더블 역세권인 충정로역도 단지에 따라 걸어서 10~15분 거리다. 수도권 광역급행망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이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고 B노선과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이 개통하면 서울역의 교통 편의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GTX A노선이 완공되면 삼성역까지 한 정거장으로 강남으로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배후주거 수요를 바탕으로 한 상권이 자리를 잡고 주변 노후 지역 정비가 마저 마무리되면 만리동은 서울 도심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주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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