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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어둠 저편엔 태양이 있다 [김성호의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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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플레이어 1] 6년 만에 2집 낸 밴드, 로큰롤라디오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보면 인형뽑기 기계가 생각난다.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쌓인 인형들을 철컥 잡아 뽑는 기계 말이다. 사방이 막힌 유리상자 안에서 인형들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한 날이 있었다. 충분히 귀여워지면 선택받을까 눈 크게 뜨는 인형도 있을 것이다. 어떤 녀석은 에라 모르겠다 포기도 하겠지. 홍대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의 사정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무대는 줄어들고 성공을 향한 길도 뚜렷하지 않은데, 밴드음악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런지.

로큰롤라디오는 2012년 데뷔한 4인조 로큰롤 밴드(보컬 김내현·기타 김진규·베이스 이민우·드럼 최민규)다. ‘2014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꼽힐 만큼 주목받았지만, 7년 차에 접어든 오늘까지도 삶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 그런 그들이 6년 만에 2집 앨범을 발표했다. 단일 음원과 EP(2~5곡이 든 미니앨범)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흔치 않은 도전이다.

물론 로큰롤라디오가 6년 동안 1집 수록곡만 부른 건 아니다.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김내현, “1집 이후에 싱글이랑 EP로 스무 곡 넘는 곡을 발표했어요. 수익으로만 보면 싱글(1곡 단위 음원발표)로 여러 번 내는 게 요즘 세상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렇고 많은 밴드들은 열 몇 곡씩 묶어서 내는 걸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여겨요.”

김진규, “하나의 밴드를 본다고 할 때 곡 하나로 제대로 됐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에요. 기계적으로 많이 만질 수 있고 표현도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앨범 하나를 다 들어보면 밴드가 표현하려는 것과 스타일이 분명해지죠. 그래서 부담스럽지만 정규앨범을 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명이라도 빠지면 '로큰롤라디오' 아냐"

파이낸셜뉴스

로큰롤라디오 2집 프로필. 왼쪽부터 최민규, 김내현, 김진규,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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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앨범은 로큰롤라디오의 현재를 고스란히 담은 결과물이다. 세련되고 멋지다. 인터뷰를 앞두고 종일 반복해서 들었지만 물리지 않는다. 대단한 성공을 거머쥐지 못한 7년 차 밴드가 필연적으로 마주했을 피로감과 우울에도, 이를 극복하며 음악을 지속해온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민우, “밴드도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우리는 멤버가 한 명이라도 나가면 끝이라고 이야기를 자주하죠. 유대감이 굉장히 강하죠. 해외도 많이 나갔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그런 경험과 동질감과 로큰롤라디오에 더 애착이 가게끔 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내현, “우리가 나온 다큐 <불빛 아래서>를 보면, 드러머가 밴드 왜 하냐는 질문에 뱃사람 같은 거라고 말했죠. 배운 게 그거 밖에 없다고요. 저도 거기에 100% 동의해요. 그냥 하는 거죠. 처음에는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를 배우고 형들과 같이 하는 게 재밌어서 한 거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합주실에 나가요. 공연할 때마다 박수를 받는 것도 좋고요. 그냥 살면 그런 일이 많지 않잖아요.”

김진규. “저는 좀 다른 게 아직도 설레고 재밌어요.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게 늘 새롭고 짜릿하고 그렇죠. 저를 지탱해준 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네 명이 다 뭉쳤을 때의 기대감이 정말... 그것 때문에 계속 하는 거예요.”

김내현, “사실 우리가 다 뭉쳤을 때 우리 음악이 좋아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우리 음악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건 지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란 뜻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퀸’의 브라이언 메이랑 로저 테일러보다 존 디콘이 훨씬 멋있어요. 프레디 머큐리 죽고 나서 안 한다고 했잖아요.”

2012년보다 나빠진 밴드음악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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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말이다. 제가 하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음악에 박수를 받고, 그래서 다른 모든 방해와 싸워가며 다시 음악을 해낸다는 것. 하지만 때로 현실의 장벽은 높아서 작고 예쁜 꽃에 햇살이 닿지 않는다. 30대 중반이 된 4인조 밴드에겐 장벽이 더욱 높아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우, “밴드는 래퍼나 통기타 들고 하는 가수에 비해서 돈이 훨씬 많이 필요해요. 공연장을 빌리는 것부터 연습할 합주실도 있어야하고 악기도 필요한데 가격이 천차만별이죠. 공연을 다니는 것도 부르는 입장에서 보면 악기를 다 준비해야 하니까 불편할 거에요. 다른 사람을 부르면 MR하나 틀고 마이크 쥐어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잖아요.”

김진규, “인풋대비 아웃풋이 안 나온다고 요약할 수 있죠. 하는 입장에서나 부르는 입장에서 모두요. 인터넷에서 게시물도 많이 돌아다녀요. 장비에 몇 천 만원 들였는데 음원수입은 달랑 1달라, 뭐 그런 거요.”

김내현, “음원수입은 우리도 그렇고 밴드 전체적으로 많지가 않아요. 행사나 페스티벌에서 수입을 얻는 게 큰데, 늘 부족하죠. 밴드 운영비로 쓰고 나서 개인이 가져가는 게 모자라니까 레슨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사는데, 그래도 빚내서 하지 않는 게 어디에요.”

다르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멤버들은 6월 말 개봉이 예정된 조이예환 감독의 다큐 <불빛 아래서>가 촬영된 2013년 당시보다도 상황이 나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우, “2012, 2013년만 해도 홍대에 활기가 있었어요. 라이브 클럽 숫자만 해도 두 배가 넘을 거예요. 평일공연이 계속 있었고 잘 하는 애들은 주말공연에 섰죠. 재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클럽이 많이 줄었어요. 타·젬머스·쌈지스페이스·사운드홀릭·고고스 투·살롱 바다비 같은 곳이 다 없어졌어요. 바다비는 인큐베이터라고 불릴 만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악 하는 밴드한테 무대를 주고 해서 의미가 컸는데 이젠 사라졌죠.”

김내현, “이것도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이에요. 없어진 곳 중에 하나는 그렇게 크지도 않은 지하였는데 월세를 700만원 달라고 했대요. 전에는 400만원이었는데요. 지금까지 거기가 비어있는데 뭐하는 건가 싶어요. 홍대엔 클럽들이 모여서 내는 저만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보도자료 직접 쓰는 7년 차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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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V-ROX'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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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줄다보니 수입이 줄고, 밴드와 밴드를 관리하는 회사도 사라진다. 한국 밴드음악 전반이 말라죽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악성 저하로 직결된다. 개성 있는 밴드가 사라지고 인기 있는 음악을 흉내 내는 경향이 가속화된다. 망원동 합주실을 수년 째 유지하고 있는 로큰롤라디오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관리를 해주는 회사가 없으니, 일을 구하는 것부터 소소한 준비까지 멤버들이 몫이다. 2집 준비와 발매 관련 작업도 오롯이 멤버들이 해내야 했다.

김진규, “밴드를 하려면 인프라가 많이 필요한데 우리는 배급사 없는 영화 같은 상황이에요. 저도 그렇고 밴드 멤버들도 행사 담당자들하고 직접 연락하고 가격을 이야기하고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죠.”

김내현, “보도자료 하나 뿌리고 싶어도 우리가 다 써야 하니까 힘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전에는 홍대 안에서 웬만큼 이름 있는 밴드는 회사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 없어졌고 활동하는 팀도 줄고 몇 팀 말고는 개인들이 하는 거라고 봐야죠. 신 자체가 활기를 잃었어요.”

밴드 내부의 문제는 없는 걸까. 바깥의 문제만 탓하고 있기에 세상은 이미 춥고 삭막하다.

김내현, “우리 밴드들이 관성적으로 홍대 신밖에 생각 못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거기에만 갇혀 있다 보니 그렇죠. 세상이 변했으니 활동을 다각화해서 다른 행동으로 뚫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시대정신이라고 이야기하기엔 거창하지만 콘텐츠도 소비하는 사람도 더 자극적인 걸 찾으니 밴드 음악이나 인디 신의 진지한 음악이 시대의 부름을 못 받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결국 시기와 주기가 있는 거라고 믿어요. 자극에 지치면 진중하고 고민할 거리도 필요한 게 아닐까요? 그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하겠죠.”

이민우, “힙합처럼 크루로 움직이지 않아요, 지금 밴드들은. 그래도 같이 뭉쳐서 움직이며 활로를 찾아야지, 공연장이 없어서 못해 사람이 없어서 못해 자꾸 이러다 보면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죠.”

김진규, “자주 드는 생각이 돈이나 명예 같은 정해진 가치가 있는데, 우리는 뭘 좇아서 가는 건가 하는 거에요. 돈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왜 밴드를 하는가 하는 거죠. 그런데 답을 찾았어요. 저는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밴드를 해요.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일단 그래요.”

2집 앨범에 로큰롤라디오의 오늘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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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5월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MIDEM'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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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오자. 7년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진 로큰롤라디오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궁금해졌다. 밴드에게 곡은 어떻든 자기표현이고, 그 안에는 어떤 메시지가 녹아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김내현, “메시지라는 게 직접적으론 가사로 전달을 하고 그런 거겠지만, 지금 밴드를 하고 있는 행위 자체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얻어가는 게 거창하다면 그냥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연주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우리만의 흐름이 있으니까, 명확하지 않더라도 들으며 공감하고 동하는 게 있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민우, “가사 이야기를 하자면, 2018년 3월쯤에 나온 ‘어제와 다르게’라는 곡 중에 ‘어제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 나 아닌 것 같아’란 부분이 있어요. 이게 제가 많이 느꼈던 감정이에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얼굴이 아닌 것 같고, 뒤틀려 보이고, 내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생각이 바뀐 건지, 아니면 힘든 시기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쉬는 기간도 길었고 그러다보니 무력감도 생겼고요. 공연을 하고 앨범도 내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했으니까요. 곡 안에 우리를 그대로 담아내려했고 이번 앨범을 만들어가면서 마음이 좀 풀렸어요.”

김진규, “시대정신이라고 하듯이 밴드 안에서도 멤버들이 공유하는 그 시기마다의 정신이 있는 것 같아요.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는데, 그런 거죠. 1집하고 스타일이 많이 변하기도 했는데 가만 보면 1집 때는 그런 음악 밖에 할 수가 없었고 지금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변화하게 된 거에요. 애써 달라지려 한다기보다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어떤 음악을 해도 우리만의 스타일이 나온다는 자신감도 있어요.”

2집 앨범에 대한 밴드 개개인의 만족감은 어느 정도일까?

이민우, “1집 나왔을 때도 만족했었는데, 2집은 제가 2년 안에 들었던 모든 음악 중에 가장 좋았어요. 그만큼 우리 색깔이 확실한 거죠. 그중에도 두 번째 트랙 ‘이대로’란 곡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요. 기존 스타일보다 보컬 목소리가 짙고 숨소리도 섹시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악기들의 균형이나 가사나 아주 완벽하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김진규, “민우씨는 다른 음악을 많이 안 듣는 것 같네요(웃음). 하지만 사실입니다.”

김내현, “저는 1집보다 2집 만족도가 훨씬 높았어요. 전체적인 곡의 내용이나 메시지나 편곡 모두 완숙해졌다고 할까요. 저는 노련해진 느낌이라 만족해요.”

최민규, “저도 마음에 들어요. 특히 12번 트랙에 ‘NOTHING LASTS FOREVER’란 곡이 있는데 앨범 전체를 아주 잘 정리해주는 것 같아요. 이어폰 꽂고 잠에 들었다가 슬픈 감정이 올라와서 살짝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이 강렬했죠.”

인형들의 혁명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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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죽음에 대해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관성에 맞서 꿈을 향해 거슬러 나아가는 인간이라면 살아있음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김진규, “죽고 싶은 순간이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죽음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이길까 고민할 때 곁에 있는 게 음악이었고, 좋은 도피처가 돼 준 것 같아요. 세상의 가치와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아서 오는 박탈감이 늘 있었는데, 음악을 통해서 잘 감당하고 있어요. 굳이 목표라면 자연사하고 싶네요.”

이민우, “저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소중한 게 생길수록 죽고 싶은 생각이 안 나는 듯해요. 내 죽음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슬퍼할 게 보이기 때문이죠. 요즘 같아선 심장마비가 올까 두렵고 그래요.”

김내현, “예전 21살 때 친구가 자살하고, 그 친구를 보낸 다음에 이해가 안 되니까 굳이 그 죽음을 납득하려고 했어요. 이유를 어떻게든 모아서 얘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렸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굉장히 건방진 짓이더라고요. 그 사람 나름의 판단이고 선택인데 내가 뭐라고 평가를 내리지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 판단하고 이해하려는 걸 포기했어요.”

김진규, “저는 아버지가 3년 정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그때 간병하며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생각나요. 동요 작곡가셨는데 ‘멋쟁이 토마토’란 곡을 만드셨죠. 그 노래 자체가 저를 모티브로 삼아 쓰신 거에요. 어렸을 때 공부 안 하고 춤추는 거 좋아하니까 그 모습을 보고 토마토는 주스나 케첩이 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춤을 춰도 멋있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제 춤도 추고 음악생활도 하니 곡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아버지가 곁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드디어 마지막이다. 각 멤버의 꿈에 대해 물었다.

김진규, “저는 분명해요. 이 멤버로 우리가 노인이 될 때까지 밴드를 계속 하는 거, 그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내현, “저도 마찬가지긴 한데, 다른 걸 말하자면 제 인생이 나중에 죽기 직전에 쭉 훑어볼 때 되게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밴드를 시작한 이유도 그거였고요.”

이민우, “늘 생각하는데, 가족들이 자랑스럽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보고 뿌듯해하는 거 되게 멋있잖아요. 나중에 애들이 아버지처럼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멋있는 가장이 되고 싶어요.”

최민규, “전 오랜 시간 건강하게 드럼 치는 게 꿈이에요. 힘닿는 데까지, 몸이 말을 안 듣는 그날까지요. 연골이 남는 한 계속 칠 거에요. 그리고 올해 2집이 나왔으니까 이걸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지금 1000장 가까이 찍었는데 앨범도 다 팔고 싶고요. 무엇보다 20대 그 시절 건강한 몸과 잘생겼던 얼굴을 되찾고 싶네요.”

인형들이 유리상자를 깨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상을 한다. 기계 팔의 간택을 기다리지 않고서 벽을 두들겨 부수고 자유를 쟁취하는 인형들의 혁명 말이다. 긴 어둠 저편엔 언제나 태양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태양이 뜨기까지 세상은 너무 춥고 깜깜하다. 그럼에도 로큰롤의 시대가 오고야 말리라며 목놓아 노래하는 이들을 만났다. 플레이어는 그들을 응원한다.

[가끔 상상합니다. 비디오가게 점원 타란티노를, 차고 안의 잡스를, 아를의 반 고흐를 만나는 순간을요. 연습구장에서 땀 흘리는 메시를, 취재에 치이던 트웨인과 헤밍웨이를 만나는 건 또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짜릿합니다. 저도 한 때는 예술에 삶을 걸겠다고 맹세했었지요. 어찌나 즐겁고 괴로웠는지, 얼마나 뜨겁고 슬펐던지를 기억합니다. 꼭 한 번이라도 그 시절 나를 만날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기획했습니다. 만날 가치가 있는 사람을 만나 들을 가치가 있는 얘기를 듣는 인터뷰 프로젝트를요. '플레이어'라 이름붙인 이 길 위에서 애저녁에 떠나가버린 나와 만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건은 오로지 셋입니다. 꿈이 있을 것,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것, 매력적일 것. 플레이어가 이름을 얻지 못한다 해도, 필요한 곳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럼 제 인생의 플레이어일, 제 삶 가운데 투쟁하고 있을 멋쟁이 꿈돌이들에게 이 인터뷰를 바칩니다. 지긋지긋한 이 生을, 어디 한 번 살아내 봅시다.]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김성호의 플레이어>에서 더 깊은 인터뷰를 만날 수 있습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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