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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넓고 깊게' 페락 밀집 수비 깬 울산 '전술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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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울산 현대가 2019시즌 첫 공식 경기를 완벽하게 치렀다. 후반 종료 직전 1골을 내줬지만 말레이시아 클럽 페락을 상대로 다섯 골을 몰아치며 시원한 경기를 했다. 집요하게 빌드업을 강조한 김도훈 울산 감독이 부임 3년 차를 맞아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여줬다.

울산은 19일 페락과 2019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5-1로 승리했다. 안방 문수경긴장에서 치른 경기였다고 해도 2017년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당시 홍콩 클럽 킷치를 상대로 고전했던 점을 떠올린다면 팀의 밀도는 분명히 좋아졌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동남아시아 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울산은 전술적으로 해법을 찾아 완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울산은 페락이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4-5-1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자기 진영의 공간을 좁힌 노골적인 수비를 전반 23분 만에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다.

울산은 전반 4분 만에 왼쪽 날개로 출전한 황일수가 부상으로 교체됐으나 그 역할을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김인성을 투입해 문제 없이 경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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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칭 4-3-3, 측면 플레이메이커 김보경이 불어넣은 창조성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를 영입한 울산은 4-3-3 포메이션 내지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빠른 선수를 다수 보유한 울산은 측면을 공략한 뒤 중앙을 습격했다. 깊게 플레이하기 위해 넓어져야 한다는 전술 이론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울산은 주니오가 최전방에 서고 김인성과 김보경이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중원은 믹스, 박용우, 신진호가 짝을 이루고, 박주호, 불투이스, 윤영선, 김태환이 포백으로 매치됐다. 오승훈이 골문을 지켰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김보경이 중앙으로 들어와 주니오 뒤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김인성은 측면에 배치됐으나 적극적으로 문전 중앙으로 침투했다. 김보경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라이트백 김태환이 라이트윙 자리로 올라와 측면 공격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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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올 때는 박주호가 전진했는데, 박주호는 사이드 라인을 깊게 파기보다 그 뒤를 받치는 인버티드 풀백으로 뛰며 중원 빌드업에 관여했다. 김인성이 커트인하더라도 주니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직접 사이드를 파는 역할을 병행했다. 비대칭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중원에서는 믹스가 왼쪽 중앙에 배치되어 김보경과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공격 2선으로 올라갔다. 신진호는 그 한 발 뒤에서 볼 배급을 맡았다. 빌드업 기점으로 박용우가 뛰면서 신진호의 한 칸 뒤에 있었다. 두 센터백 불투이스와 윤영선도 안정적으로 공을 다루며 패스를 공급했다.

페락 수비수 아즈한의 자책골이 나온 전반 23분 플레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진화 우측 후방에서 기점 역할을 했다. 페락 공격수의 전방 압박을 벗겨내며 오른쪽 사이드에 크게 벌리고 선 김태환에게 패스했다. 이때 울산은 경기장을 좌우로 나눴을 때 왼쪽 지역에 4명의 선수가 벌려 있고, 오른쪽에는 김보경과 김태환 둘 만 자리하고 있었다.

볼이 김태환 쪽으로 전개되자 페락 수비 시선이 쏠렸다. 김보경이 중앙 지역에 있다가 오른쪽 사이드로 침투했다. 김태환은 이 동선으로 김보경에게 패스했다. 김태환의 앞을 막고 있던 레프트백이 김보경 쪽으로 딸려들어갔다. 김보경 앞을 막고 있던 두 명의 미드필더 역시 김보경을 따라붙었다.

김보경은 빠르게 힐패스로 김태환에게 패스했고, 김태환이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으로 치고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이때 왼편에 위치하던 주니오, 김인성, 믹스, 박주호가 동시에 문전으로 침투하며 페락 수비수들을 분산시켰다. 김태환이 골문 옆까지 돌파하고 컷백을 시도했을 때 울산 공격의 다중 쇄도에 정신을 못차려 자책골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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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믹스의 경이로운 기술, 울산의 포지션 플레이도 빛났다

선제골 시점이 늦었다며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었다. 팀 전체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요행이 아닌 선제골을 만든 울산은 후반전에 믹스의 개인 능력을 통해 후반 11분과 후반 13분에 연이어 득점하며 승리를 굳혔다. 문전에서 절묘한 돌파와 슈팅을 선보인 믹스의 개인기,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찌른 믹스의 슈팅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믹스의 두 장면도 팀 플레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후반 11분 박주호가 왼쪽 측면에서 스로인을 전개할 때 김인성이 수비수 두 명을 달고 있었고, 주니오가 뒤로 빠져 미드필더 한 명을 달고 있었다. 김보경이 문전 우측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그 뒤로 신진호가 진입했다.

그럼에도 믹스는 세 명의 수비를 상대해야 했으나 좌우를 넓힌 울산 선수들의 포지션 플레이가 믹스가 중앙에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중앙 지역에 울산 동료가 추가로 있거나, 반대편에 김보경과 신진호의 위치가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왔다면 믹스가 돌파하고 슈팅할 공간이 확보되지 못할 수 있었다.

후반 13분 믹스의 중거리슈팅이 꽂힌 장면에서 중요했던 플레이는 김보경이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며 왼쪽 측면으로 커트아웃한 김인성에게 스루패스를 보낸 것이다. 김인성이 이 공을 받아 왼쪽으로 벌렸고, 주니오는 문전 우측으로 진입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 순간적으로 네 명의 페락 수비가 마크맨 없이 비었다. 신진호가 문전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믹스에게 붙을 수 있는 수비 견제를 분산시켰고, 믹스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자유롭게 중거리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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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지기 위해 넓어져야 한다…막강 측면 자랑하는 울산

울산은 중앙 밀집 수비를 벌리고 무력화하기 위해 측면을 잘 활용했다. 김보경은 측면에서 중앙 진입과 측면 이동, 전방 침투와 패스 연결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며 울산의 2선 창조성을 높였다. 신진호는 울산의 중원 중심을 잡아줬고, 믹스가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게 도왔다. 두 선수의 영입은 첫 경기를 놓고 보면 완벽한 선택으로 드러났다.

이날 울산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황일수가 햄스트릉 부상으로 최대 8주간 결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울산은 이근호가 복귀를 위해 재활 중이며, 주민규도 3월 K리그1 개막에 맞춰 회복하고 있다. 스쿼드가 두껍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공격진을 갖춘 울산은 2019시즌 전북 현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전력을 첫 판에서 보여줬다.

김재성 SPOTV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가 빨라지고 있다. 울산을 강팀으로 꼽는 이유는 스피디한 선수가 많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스피드있는 선수과 가운데서 묵직하게 공을 연계해줄 수 있는 선수들의 조합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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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페락의 경기를 본 김 위원은 "울산은 개인 기량이 좋고 전술 이해력이 좋아 풀어가는 과정이 좋다. 수비도 안정적으로 미드필더의 기동력도 좋다. 공격수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울산 팬들은 축구를 볼 맛이 나겠다. 하지만 축구는 상대성이 존재한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기대하는 동시에 페락이 한 수 아래 팀이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울산은 3월 1일 오후 4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2019 K리그1 개막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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