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거래 서울 클럽 전체론 41건
기소유예 등 실제 적발은 더 많을듯… 주로 화장실 등 클럽 내부서 투약
손님들끼리 대마초 사고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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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0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빌라 앞. 탁모 씨(29)는 빌라 우편함을 열었다. 포장지에 싸인 마약류 엑스터시(MDMA) 10알이 들어있었다. 탁 씨는 알약을 챙겼다. 그리고 우편함 안에 현금 140만 원을 넣고 현장을 떴다. 그러고는 자리를 옮겨 강남의 클럽 ‘버닝썬’ 화장실에서 엑스터시를 투약했다. 탁 씨는 다음 날에도 이 클럽 화장실에서 지인과 함께 마약류 케타민을 흡입했다. 지난해 3월 마약 판매상과 함께 붙잡힌 탁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클럽 내에서의 마약 판매 및 투약 등의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버닝썬’에서 지난해 2월 개업 이후 올 2월까지 최소 4건의 ‘마약 사건’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19일 대법원 판결 검색 시스템을 통해 버닝썬과 관련된 ‘마약 투약’과 ‘마약 거래’ 사건 1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다. 클럽 ‘버닝썬’에서 실제 적발된 마약 사건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마약 전과가 없거나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가 뚜렷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치료를 받는 조건 등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클럽 내에서 마약이 거래되거나 투약이 이뤄지는 곳은 ‘버닝썬’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시내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사고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1심 판결문 41건을 확인한 결과 강남과 이태원 클럽 여러 곳에서 마약 유통과 투약이 있었다.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과 엑스터시를 국제우편을 통해 손에 넣은 뒤 강남의 한 클럽 화장실에서 8차례 투약하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도 있었다. 20대 남성 A 씨는 해외에 있는 지인이 마약 판매 사이트를 통해 주문해 준 엑스터시 600여만 원어치를 강남 일대 유흥업소 관리인에게 팔았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2017년 6월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과 마약을 거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대마 액상 전자담배를 피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B 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어느 날 클럽에 갔는데 누군가 먼저 접근해 ‘대마초를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6월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C 씨는 서울 용산의 클럽에서 잘 알지 못하는 마약 판매상을 만나 대마와 필로폰을 구입했다.
여성 손님들의 술에 몰래 타 마시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뽕’을 거래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2016년 이후로만 8건이 확인됐다. 인터넷으로 ‘물뽕’을 주문해 받은 뒤 클럽에서 투약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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