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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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근 증인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15명 중 10명에 대한 신문기일을 진행했으나 7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됐는데 대부분이 증인 불출석 때문에 개정 10분만에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불출석 증인 명단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물론, 측근이랄 수 있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도 포함되어 있다.
김 전 총무기획관 등을 증인에 대거 포함시킨 것은 1심의 충격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1심 때 “측근들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며 이들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징역 15년형이란 중형을 받자 항소심에선 측근들을 법정에 부르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들을 상대로 “다스는 MB(이명박) 것”이라는 등의 주요 진술이 검찰의 강요나 회유에 의한 것이란 주장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증인들은 법원의 소환장을 아예 안 받는 방식으로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소환장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어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자 재판부는 휴일과 야간에 실시하는 특별송달이나 전화, 문자전송까지 시도했으나 진척이 없다. 김 전 기획관의 경우 경찰이 소재탐지까지 했으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증인들이 의도적으로 소환을 피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구인장 발부를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좀 더 기다려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한다 해도 증인 출석은 불투명하다. 구인장은 재판 당일 발부되어 집행된다. 재판 당일 증인이 집을 비우면 달리 데려올 방도가 없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잘 피했던 증인들이 굳이 법정에 끌려 나오는 모습을 연출하진 않을 것”이라며 “구인장을 재차 발부할 수도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구인장은 재판부가 내밀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구인장으로도 증인을 법정에 세울 수 없을 경우 재판부가 아예 직권으로 증인신청을 취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 경우 이의제기, 변호인단 전원 사퇴 등의 방식으로 항의할 계획이다. 한 변호사는 “끝까지 증인신문을 못하면 1심과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증인 불러오기’가 변호인단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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