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10여차례 예비군·동원 훈련 불참 혐의로 기소
신념 형성, 군 입대 및 훈련 거부 과정 등 종합 고려
法 "양심 확고하고 진실, 충분히 소명" 무죄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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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종교’가 아닌 비폭력주의 등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모(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뒤, 종교가 아닌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첫 사례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예비군 훈련 거부는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구씨는 2013년 2월 현역으로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지만 지난해 4월까지 10여차례 예비군·동원 훈련에 불참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입영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90조 등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씨는 예비군 훈련 불참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면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씨는 다만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2011년 5월 입대는 했다. 하지만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된 후에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 예비군 훈련을 모두 거부했다.
이 판사는 구씨의 예비군 훈련 불참이 신념이라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봤다. 우선 구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다시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 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판시했다.
구씨는 실제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한 점, 훈련을 거부한 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는 점 등을 종합해 구씨의 훈련 거부는 양심에 따른 것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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