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허훈의 진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 대 부산kt 경기에서 kt 허훈이 SK 애런 헤인즈의 수비를 따돌리고 슛을 성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미 더 스포츠-15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L이 다시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갔다.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주말 경기의 백미는 KT 가드 허훈의 활약이었다. 허훈은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SK와의 원정경기에서 25점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허훈의 소속팀 KT는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허훈이 기록한 25득점은 KBL 데뷔 이후 개인 통산 최다 득점이다. 허훈은 올 시즌 부상으로 시즌 중반 여러 경기에서 뛰지 못했으나 복귀 이후의 활약은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전자랜드전 이후 SK전에서도 20득점을 기록해 국내 선수로는 흔치 않은 두 경기 연속 20득점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다. 전자랜드전에서는 역시 개인 커리어 최다인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최근에 확실히 한껏 물이 오른 모습이다.

허훈의 최근 활약이 조금 특별한 것은 득점 몰아치기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승부사로서 기질을 한껏 뽐냈고 있다는 점이다. SK전에서 허훈은 3쿼터에만 17점을 기록하며 3쿼터 팀 득점의 절반을 책임졌다. 한 쿼터 17점은 국내 선수로는 거의 최고 수준의 득점 능력이다. 지난 1월 역대 KBL 득점 3위(49점)를 기록한 김선형이 그날 3쿼터에서 기록한 득점이 17점이었다. 최근 수년간 한 쿼터에서 이 정도 파괴력을 보여준 선수는 이승현, 문태종, 양동근 등 손에 꼽을 정도며,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매일경제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 대 부산kt 경기에서 kt 허훈이 SK 애런 헤인즈의 수비를 따돌리고 슛을 성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KBL은 외국인 선수, 소위 용병이 지배하는 리그다. 이들은 특히 농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득점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득점 1위인 제임스 메이슨은 26.8점, 국내 선수 득점 1위인 이정현은 16.8점으로 무려 10점 차이가 난다. 이정현은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득점 순위로는 전체 14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KBL은 국내 스타가 부족하다. 그리고 스타는 많은 득점뿐 아니라 중요할 때 몰아쳐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7일 경기와 최근 허훈의 활약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허훈은 형인 허웅과 함께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로 수년 전부터 유명세를 겪었다. 두 형제는 KBL 내에서 분명 톱 클래스급 국내 선수들이고, 그들은 '허재의 아들'보다는 제1의 허웅과 허훈으로 불리고 싶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버지 그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는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허재의 강력함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허훈이 한 쿼터에 기록한 17득점은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아버지인 허재 또한 17득점과 관련된 휠씬 더 의미 있는 기록을 갖고 있다. 허재는 1994~1995 농구대잔치에서 종료 5분을 남기로 혼자서 무려 17점을 연속으로 기록했다. 7점 차의 열세를 뒤집는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이날 허재의 총득점은 41점이었다. 허훈이 좀 더 성장해주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 대 부산kt 경기에서 kt 허훈이 SK 최원혁의 수비를 따돌리며 슛을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허훈의 활약은 이런 기대를 갖게 할 만큼 고무적이며, 앞으로 더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허훈은 최근 6경기에서 평균 18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만 놓고 봤을 때 국내 선수 중 최상급이다. 허훈에게는 올 시즌 남은 정규리그 9경기와 자신의 커리어 첫 경험이 될 플레이오프가 중요하다. 이제는 가능성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때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