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이 남긴 과제 토론회서 밝혀
2010~2012년 사교육비 유일하게 감소
수상실적 폐지해야 학종 공정성 높아져
이범 교육평론가가 1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에서 열린 교육특별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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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 캐슬’과 같은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수상실적을 제외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대학·고교 입시에서 전형요소를 줄이고 수능의 난도를 낮춘 덕분에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었거든요.”
이범 교육평론가가 “학종의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에서 개최한 ‘SKY 캐슬을 넘어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밑그림을 그가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본받으라고 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토론회 이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유일하게 사교육비가 줄어든 시기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2012년 3년간인데, 이때 정책을 벤치마킹해 학종의 복합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떻게 사교육비가 줄었나.
A : 사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2009년에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늘었다. 영어 몰입교육 파동, 일제고사 시행, 자사고 증가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가 커져서다. 하지만 2010~2012년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유일하게 사교육비가 줄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입 전형요소를 단순화하고 수능 난도를 낮춘 것이다. MB정부는 대입 정시모집에서 논술시험을 폐지하고, 고교 내신 반영비율을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또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입시에서 토플·텝스 같은 영어인증시험과 수학시험·영어듣기평가를 없앴다. 마지막으로 수능을 쉽게 출제하고 EBS 연계율을 70%로 높였다.
Q :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뭔가.
A : 학부모와 학생이 사교육을 찾는 이유의 80%는 대학서열과 노동시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한국사회는 명문대를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명문대 진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과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머지 20%는 대입선발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 :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대입제도가 궁금하다.
A : 현재로썬 대입제도를 크게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를 30% 이상 늘린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대입제도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수상실적을 제외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학종 비교과 중에 소논문과 수상실적이 부작용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부담이 크고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소논문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상실적은 학기당 1건만 활용하도록 제한하는 것에 그쳤다. 수상실적을 이대로 두면 소논문 폐지도 의미가 없어진다.
Q : 이유가 뭔가.
A : 고교에서는 ‘교내 과학탐구대회’ 등을 통해 소논문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심사해 상을 주는 사례가 많아서다. 수상실적을 학종에서 활용하지 못하게 하지 않으면 소논문이라는 표현만 사라질 뿐, 학종에서 소논문이 수상실적의 일부로 계속 통용될 것이다. 또 학기당 1건으로 제한하면 경쟁력 있는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도록 압박하면 ‘똘똘한 한 채’를 선별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또 영재학교·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다 일반고에 진학한다고 해도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쌓아 명문대에 진학하는 전략도 유효하게 된다.
Q : 최근 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A : 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11월에 수능과 내신·비교과·면접을 한꺼번에 평가하자는 건 죽음의 사각형을 만들자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여론의 비판을 받은 사실을 벌써 잊었나 보다. 만약 대입에서 면접이 필수가 되면 면접 대비 사교육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현재 서울대가 수시에서 본고사에 가까운 면접을 보는데도 면접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일부 대학에 국한되고, 면접 단계까지 가게될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대학에서 면접을 실시한다면 내신학원 못지않게 큰 사교육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Q : 현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A : 좋은 정책만 모아서 시행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사회운동에 오랫동안 힘써온 분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체리 피킹’(맛있는 체리만 골라 따먹는 행위)을 하려고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확대는 동시에 이뤄지기 어렵다.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나 내신 절대평가 같은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도 학종을 통한 균등선발 효과와 양립하기 어렵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에서 개최한 ‘SKY 캐슬을 넘어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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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축사를 통해 “SKY캐슬은 드라마지만 우리의 교육경쟁을 사실감 있게 보여줬다”며 “한 때 모두에게 희망이었던 교육이 절망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지만, 토론회를 통해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을 넘어 미래 교육을 희망 있게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KY캐슬과 같은 과열된 교육경쟁에 대한 비판과 학종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기됐다. 손 원장은 “교육의 목적은 삶과 고통을 이겨낼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명문대 진학만이 목표인 현재 우리의 교육이 이런 성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장은 “SKY캐슬에 나온 내용이 모두 현실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학에서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고교에서는 학부모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평가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해 수행평가나 학사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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