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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MT리포트]삐빅…"당신의 병역거부는 양심적?" 檢 10가지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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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종교를 이유로 입대를 거부했다가 신앙심을 바꿔 군에 입대하겠다고 밝힌 A씨는 '양심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양심적 병역 거부의사를 유지한 특정 종교단체인들은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고 있다. '사람의 신념'인 양심을 판단하는 건 신의 영역에 속하는데, 과연 이를 판사가 어떻게 재단할 수 있을까.

[the L][병역거부와 양심사이]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회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정부안 발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대체복무제안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가 발표한 대체복무제안인 현역 육군 복무기간 2배인 36개월 동안 교정시설에서 합숙 복무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8.1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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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병역거부는 양심에 기반한 것",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을 과연 어떻게 내리는 것일까.

현행 병역법 제88조는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해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마침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게 됨에 따라 과연 병역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어떻게 가려낼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종교적·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판단지침'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지침은 총 10가지로,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설명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양심의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대법원은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나열했다.

△종교의 구체적 교리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병역거부가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개종했다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 등이 그 기준이다.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일 경우 해당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종교의 교리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직접·간접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 또한 교리에 따라 실제로 다른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등의 사정은 양심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적극적인 고려 요소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종교의 교인이 맞는지, 이에 더해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등을 체크하게 된다. 이는 세례 등 종교적 의식의 주체 혹은 객체로서 종교 내 일정한 지위에 올라 활동한 사실이 있는지 등으로 증명할 수 있다.

아울러 병역거부자가 해당 종교의 교리 일반, 즉 병역거부를 명시한 부분 외의 교리도 신실하게 따르고 있는지 등도 파악하게 된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도 고려 대상이다. 예컨대 종교 교리 외에도 가난, 질병 등 다른 사유가 게재될 경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향후 살펴볼 부분이다.

특히 병역거부자가 해당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는 중요한 판단 요소다. 만일 병역거부자가 갑자기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관성에 비중을 두는 판시를 했다.

종교집회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참여하거나 하는 등으로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참여를 입증할 경우 양심의 진실성이 입증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법원은 이 외에도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위의 기준으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자의 양심이 진실인지를 검증하게 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아니라는 입증책임은 검사가 진다. 제주지검은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제주지역 종교적 병역거부자 12명에 대해 국내 유명 게임업체의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했다.

조회 대상인 게임은 이용자가 총기를 들고 상대방을 쏘아 죽이는 게임이다. 종교적 양심 때문에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류의 게임을 즐기는 것은 모순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집총을 거부하는 신념이 신실하다면 그러한 게임을 하지 않았으리라고 본 셈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L)'은 위 10개 지침에 따른 세부 판단요소를 공개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지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해당 판단기준은 수사과정에 있어 비밀에 해당하고, 공개될 경우 병역면탈자가 양심을 가장할 여지가 있다"며 비공개 방침임을 회신해왔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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