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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배우 병헌, 나이 듦 그 쓸쓸함에 대하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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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배우 병헌 인터뷰 / 사진=더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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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소위 '까리한' 느낌. 속된 말로 "놀게 생겼다"는 말 좀 듣고 자랐을 법한 얼굴이지만 병헌은 "편견"이라고 선 그었다. "조용히 평범하게 자랐다. 하라는 거 하고 딱히 문제 일으킨 적도 없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병헌은 줄곧 편견과 싸워왔다. 2년 전, 틴탑 엘조에서 배우 병헌으로 홀로서는 과정도 그랬다. "연기에 갈증이 있다"는 그에게 혹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열정을 폄하했다. 병헌은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영화를 좋아했다"며 "계속 연기를 배우고,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연기는 무한하잖아요. 캐릭터가 워낙 다양하고 외적인 모습의 변화를 줌으로써 그 캐릭터에 성향도 바꿀 수 있으니. 특히 배우마다 다르게 상상 속의 인물을 그려내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같은 역할이라 하더라도 '이 배우가 했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게 매력적이죠."

자신이 가진 "고정 이미지를 바꾸려" 병헌은 연극 무대에 섰다. 연기 열정을 내보이고 싶어 대학로에 살면서 소규모 극장 무대에 올랐으나 사람들은 또 그에게 자꾸만 질문을 던졌다. 왜 연극을 하는지. 왜 이렇게 작은 데에서 공연하는 건지.

병헌은 "내 꿈이기도 하고, 공연장이 작아도 내가 행복해서 하는 건데 '왜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나를 왜 그렇게 볼까' 고민도 많았다. 그런 고민들을 스스로 없애고자 대학로에 살면서 공연을 했다. 열정을 보여서 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 '공장장 봉작가' '스페셜 라이어' 'S다이어리' '여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 여름, 동물원' 등 병헌은 쉴 틈 없이 무대에 몰두했다. 그리고 홀로서기 3년차, 병헌은 공연은 물론 드라마까지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빽빽이 필모를 채워나가고 있다.

"제 연기에 항상 만족은 못하는데 그래도 부모님이 드라마를 재방송, 삼방송 챙겨봐주시니까 뿌듯하긴 해요. 부끄러우니까 그만 보라고 투정 부리기도 하는데 그런 데서 많이 뿌듯함을 느껴요."

병헌은 연기를 하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두고 "이제 등산을 시작하려고 가방을 싼 것 같다. 김밥이랑 사이다 넣고"라고 비유했다. 산에 오르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다.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고 싶다"고 운을 뗀 병헌은 "한 장르에만 꽂히고 싶진 않다. 제가 OCN 드라마를 좋아해서 악역도 욕심이 난다. 아직 다양한 역할을 하진 못했다. '웃픈' 얘긴데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되지 않나. 근데 제 성격하고 먼 캐릭터 오디션을 보면 잘 떨어지더라. 아직까지는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병헌은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함께 나이 먹어가는 반려견들을 보며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려 노력 중이라고.

그는 "데뷔한 지가 10년인데 강아지들도 열 살이다. 강아지들이 전처럼 쌩쌩하지 않은 걸 보니까 챙겨주지 못했던 게 생각난다. 요즘엔 쉴 때마다 본집에 내려가서 강아지들을 본다. 특별한 게 아니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강아지들이 좋아하니까. 그런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아지 수명도 검색해본다. 그런 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슬프고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10년이란 필름을 돌려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적어요. 후루룩 지나가버려서. 연기를 시작한 지금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20대가 3년 남았는데 그 안에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얘기한 거예요. 요즘에 사진을 많이 찍어요. 엄마 자고 있는 뒷모습 같은 것도 찍고. 제가 보는 시점의 순간순간들을 저장하는 편이에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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