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호매실, 화성 동탄 등 광역교통망 개선 비용을 미리 지불하고도 교통 인프라 사업이 착공조차 되지 않았던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교통난이 해결될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정부가 대형 교통 개선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방식을 변경, 신도시나 대규모 공공택지 분양 때 분양가에 포함시켜 주택 소유자들에게 부담시킨 교통 개선 시설 설치 비용을 '사업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대규모 공공택지를 분양할 때 예타 계산상 사업 비용을 줄여 사업 착수 가능성을 높여 주겠다는 것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인천 송도와 여의도, 청량리를 거쳐 남양주를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GTX)-B와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 등이 착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한강·동탄(화성)·호매실(수원)과 남양주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아파트값에 포함한 교통사업비 감안"
예타는 크게 봤을 때 '사업 비용'과 그 사업으로 인한 '편익'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크냐를 따지는 제도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1'을 넘겨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비용이 줄어들수록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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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타에서 비용을 계산할 때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하는 예산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택지 개발 사업 시행자가 내는 부담금을 포함시킨다. 부담금은 최종적으로 택지에서 집을 분양받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LH가 건설사에 택지를 팔 때 땅값에 부담금만큼을 얹어 받고, 건설사는 이를 분양가에 반영해 분양받는 소비자들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상 예타 방식은 기재부 지침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2기 신도시 주민 1인당 낸 부담금은 평균 1200만원. 수원광교가 2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성남판교(2000만원), 파주운정(1700만원), 위례(1400만원), 김포한강과 화성동탄2(각 1200만원), 화성동탄1(1000만원) 등의 순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대형 교통 사업 비용 1000여 만원씩을 길게는 10여 년 전에 이미 받아놓고도 약속한 사업을 해주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IT 회사에 다니는 수원 호매실지구 주민 박모(39)씨는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 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타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분양가에 광역교통부담금을 900만원이나 얹어 내고도 뚫린다던 신분당선은 감감무소식"이라고 푸념했다.
박씨가 2017년 호매실 아파트를 살 때 낸 분양가에는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등 교통 환경 개선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 3인 가구 기준으로는 2700만원이 넘는다. 박씨는 “괜히 신도시에 집을 샀다. 속았다는 후회가 계속 든다”고 했다.
◇김포한강·동탄·호매실 등 수혜 예상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담금을 받아놓고도 실제 사업 진행이 수십 년씩 지연됨에 따라 LH가 얻는 이자 수익만 해도 엄청난 규모로 추산된다”며 “정부의 예타 개편 방향성 자체는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경제성을 따져보는 제도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무분별한 토건 사업과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를 수행하며, 원칙적으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을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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