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49개 청소년·여성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학교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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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1년을 맞아 고발이 전국·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정부 대처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청소년 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을 맞아 청소년들이 모여 정부에 학교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49개 청소년·여성단체 200여명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는 스쿨미투에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초 고발 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고발자는 2차 가해와 신변의 위협에 시달리고 학교는 고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정부는 최초 스쿨미투 고발 후 10개월 만에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가 빠지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며 “스쿨미투는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를 넘어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 예비교사 대상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사립학교법 개정, 스쿨미투 사건 적극 수사 등을 요구했다.
집회에서는 서울 용화여고 등 여러 학교에서 스쿨미투를 폭로한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서울 광남중 학생은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등 성희롱을 한 의혹을 받은 도덕 교사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가해 교사가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걸린 5달 동안 피해 학생들은 욕설과 협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며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길고 끔찍한 악몽을 꾼 것”이라고 했다.
천안 북일고 학생은 학교의 방관 속에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학교는 많은 가해자 중에서 단 1명을 지목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축소했다”며 “상담교사, 경찰관, 변호사 등이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남성 중심적 해결 과정 속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49개 청소년·여성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학교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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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 동안 스쿨미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교사들의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4일에는 인천시교육청이 인천 부평의 한 여자고등학교 전·현직 교사 23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다만 성비위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강력한 징계기준을 마련했지만 사립학교에는 적용되지 않거나, 학생이 대상이라도 성희롱의 경우 경징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교육부에 ‘최근 5개년 성비위 교원 징계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2013년 1월~2018년 9월 5년여 동안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사는 모두 60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는 중징계(파면·해임·강등·정직)와 경징계(감봉·견책)로 분류된다. 이 기간 징계 수위를 살펴보면 파면 79명, 해임 270명, 강등 5명, 정직 111명, 감봉 52명, 견책 83명으로 파악됐다. ‘파면’과 ‘해임’ 처분을 받지 않은 교사 251명(41.8%)은 교단으로 복귀했거나 복귀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청소년페미니즘모임은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 스쿨미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는 지난 7일 유엔의 요청으로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청소년 활동가이자 스쿨미투 고발 당사자인 백모양(18)이 연단에 올랐다. 2~3주 뒤 발표되는 사전심의 결과에 따라 스쿨미투는 오는 9월 열리는 본심의에 오른다. 본심의에 진출하면 한국 정부는 스쿨미투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권고안을 제시한다. 권고안을 받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이행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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