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선 경남 창원시 진북산업단지 예정지의 예전 모습. 예타를 신청한 몇 년 전 이 일대에는 중소 공장들이 모여 있었다. / 경남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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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 연구개발사업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대상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예타 면제사업에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사업도 있다. 전체 23개 사업 중 5개로 모두 3조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가장 큰 것은 지역 특화산업 육성사업으로 1조9000억원에 이른다. 시·도별로 48개 지역희망 주력산업을 지정해 해당분야 지역 중소기업에 R&D 지원을 할 계획이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사업만큼은 아니지만 클러스터나 벨트 조성사업 등으로 예상 외로 예산 규모가 큰 것도 있다. 때문에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에게는 SOC사업처럼 정부 부처와 ‘예타 전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의 한 예산 관계자는 “SOC 예산은 대강 봐도 뻔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쉽게 가치를 따질 수 없다”면서 “앞으로 관련 글로벌 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이어서 정치권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거꾸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은 SOC사업과 달리 다른 예타 루트를 통해야 한다. 산업부 등 관련 부처에서 예타 신청을 기획재정부에 하면 기재부는 예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위탁한다. 예타 조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이뤄진다. KDI의 역할을 KISTEP이 하게 되는 것이다.
2010년 이후 30%는 통과 못해
2017년 국감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추진된 KISTEP 예타가 모두 93건이었다. 주관부처는 산업부가 가장 많았고 미래부, 복지부, 해수부, 환경부, 국토부, 지식경제부, 농식품부, 농진청, 기상청 등도 있다.
이 중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은 모두 28건이었다. 30%에 이른다. B/C가 기준인 1을 넘지 않은 연구개발사업도 AHP 기준을 통과해 예타를 통과한 예가 많이 보인다. 미래부의 지능정보사회 선도 AI프로젝트의 경우 B/C가 0.87이었지만 AHP는 0.72로 높은 점수를 받아 예타를 통과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도 SOC사업처럼 예타 과정에서 통과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다른 사업으로 바꿔 예타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첨단수중시공로봇 연구개발사업은 2012년 미래 해양개발을 위한 수중로봇 개발사업으로 사업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예타에 도전했다. 재도전 결과 B/C가 0.83이었으나 AHP가 0.690으로 예타를 통과해 사업이 실시됐다.
당초 사업계획서 내용에 따르면 B/C 비율이 1에 못미쳤으나 총사업비 조정 등을 거쳐 최종 예타의 고비를 넘은 ‘눈물겨운’ 사업도 있다. 2017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신청사업에서 모두 15건이 사업비 조정을 통해 최종 예타의 문을 넘어섰다. 특히 특정지역 사업의 경우 지역 정치인의 노력과 ‘마사지’(여러 가지 사업 조정)가 들어간 사업이 눈에 띈다. 2013년 신청한 로봇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원안에서 0.85의 B/C를 받았지만 검토안에서 1.02를 받아 턱걸이로 예타를 통과했다. 2014년 8월 예타 보고서를 보면 경남 창원에 조성되는 로봇비즈니스벨트 사업은 2075억원의 사업비가 1283억여원으로, 791억원이 줄어든 끝에 예타를 통과한 셈이다. 중복 개발사업을 없애고, 용지 보상비를 줄이는 등의 경비 절감이라는 ‘마사지’를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SOC사업 못지않게 국가 연구개발사업도 예타를 통과시키기 위해 지역 의원들이 관련 부처 고위공직자들을 만나 읍소하고, 여러 가지 수치를 조정하도록 지자체와 협의한다”면서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예타 통과 전쟁’도 SOC사업에 비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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