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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정치인의 첫번째 숙제 “예타 고개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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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예타는 선심성 사업의 세금 낭비를 막는 바람직한 절차로 평가되지만, 해당 지역민에게는 원망의 대상이다. 지역사업의 예산을 따내고 예타를 통과하기 위한 정치권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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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된 후 경남도청에 이를 환영하는 경축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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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정부는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23개 사업에 24조1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내건 명분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다. ‘면제’ 소식에 몇몇 지역에서 함성이 터졌다. 관련 지역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업적이라며 환호성을 올렸다. 반면 시민단체는 예타 면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됐던 22조원의 4대강 사업을 떠올리며, ‘토건 정책의 부활’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예타 면제의 가장 큰 수혜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만 해도 4조7000억원. 경북 김천에서 경남 진주를 거쳐 거제에 이르는 철도 사업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6일 진주에서 가진 도지사 후보 출정식에서 “임기 내 남부내륙철도를 착공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제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복심임을 내세웠다.

남부내륙철도 건설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 정치인들이 예타를 통과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높은 고개를 넘지 못했다. 2017년 5월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72로 나왔다. 기준인 B/C 1을 넘지 못한 것이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던 예타를 이번에 ‘공짜로’ 면제받자 국회 안팎에서는 이 사업에‘김경수 철도’라는 라벨을 붙였다. 남부내륙철도는 예타라는 ‘눈물의 고개’를 넘고 넘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처음 도입됐다.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신규사업에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따지는 조사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예타 대상이 됐다.

예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지역 선심성 사업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바람직한 절차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해당 지역민에게는 원망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장, 국회의원들에게 예타는 ‘통곡의 벽’이라는 표현까지 붙을 정도였다. 지자체와 의원들이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임기 내에 자신의 업적으로 실현하려 했지만 대부분 예타의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선거로 당선된 뒤 재선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는 예타 통과가 바로 업적이 되고, 재선의 지름길이 된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끌어와야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상돈 의원(비례)은 “SOC사업을 유치해야 의원이 높은 평가를 받는, 잘못된 풍토는 결국 유권자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현안 사업을 끌어오는 것이 의원들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상식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 안팎에서는 예타를 통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국회의원은 임기 4년 내내 지역 민원사업의 예산을 유치하기 위해 예타 전쟁에 매달려야 한다. 웬만한 SOC사업은 총비용이 500억원을 넘어서는 예타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절차가 먼저 동원된다. 지역 민원사업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나 해당 상임위, 예결위에서 정부의 총리와 장·차관 등에게 요청하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지역 교통망 실정을 보여주는 것도 이제는 보편적인 방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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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통과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

지역 민원사업은 여당 정치인일수록, 국회에서 권력을 가진 의원일수록, 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일수록 더욱 유리하다. 민주당의 한 예산 관계자는 “좋게 보면 요청이나 협의이고 나쁘게 보면 정부 측에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지역 민원사업 요청이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에게 쏟아지는 만큼 고위공무원과 의원 측 사이에는 서로 봐줄 것은 봐준다는 묵계가 존재한다. 정부 측은 입법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의원 측은 지역 민원사업의 예산 책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예산 분석에 밝지만 주로 초선 의원의 보좌진으로만 일했다는 한 보좌관은 “예타는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게임이어서 정확한 내용을 아직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예타 통과의 과정을 보면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국가 정책사업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토종합계획이나 국가기간 교통망계획,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국가 정책방향과의 일치성을 확보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예타에서 한 기준인 ‘정책성 분석’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한 국회의원은 “일단 정부의 교통망 계획에 들어가는 것이 (예타 통과에) 중요하다”면서 “기본계획에 선(線)만 들어가 있으나 예타에서는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토종합계획 수립에는 물론 정치인들의 입김이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들어가야 한다.

각종 선거의 공약사항이 되는 것도 필수조건이다. 대선후보의 공약에 포함돼야 나중에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가 수월하다. 남부내륙철도 건설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지역 공약에 들어가 있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돼 있었다. 2012년 홍준표 경남도지사(보궐선거) 후보의 공약에도, 2018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약에도 포함됐다.

지자체에서는 대부분 예타에 맞춰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기도 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 의뢰해 미리 예타의 ‘예비고사’를 치르는 것이다. 한 지역구 의원은 “사전에 미리 예비타당성을 조사하는 만큼 의미는 있지만 해당 기관의 조사가 첨부돼 예타를 시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제출되더라도 그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KDI의 예타 조사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의원 측은 “사전 타당성 조사는 변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리고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타 통과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편법과 꼼수도 동원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마사지’라고 표현한다. 예타 기준에 통과하려면 이런저런 손질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2012년 예타 조사대상에서 사업성 부족으로 탈락했다. 예타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경남도(당시 홍준표 지사)는 예타 신청에 앞서 복선 구간을 단선으로 바꿨다. 사업비가 너무 많으면 경제성 평가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13년 7월 국토교통부에서 일반 철도사업으로 예타 신청에 들어갔다. SOC사업의 경우 관련 부처는 국토교통부이지만, SOC 이외의 사업은 성격에 따라 산업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 부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의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정부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부처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자체장과 의원들은 예산 확보를 위해 기재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면 기재부는 SOC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KDI에 의뢰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예타를 의뢰한다. 이때까지가 예타의 사전작업에 속한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각고의 노력’이 들어간 SOC사업의 예타는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국회 기재위의 한 의원실은 “다른 의원실에서 민원전화가 왔다”면서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는데, 기재부에서 예타 기관인 KDI에 예타를 넘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기재부→KDI’ 등 각 단계에서 의원들의 전화가 고위공직자에게 들어가야 겨우 정부 부처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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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운데) 등이 1월 29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이날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예타 면제사업으로 발표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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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운명 예측되는 KDI 중간보고

자유한국당의 함진규 의원(경기 시흥시갑)은 2016년 9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박근혜 정부)에게 예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 교통국이라는 말이 있는데 들어본 적이 있나”라고 질의했다. SOC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처인 국토부가 큰 역할을 못하고,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힘을 행사한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유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배정권이 있지만 KDI에서 공정하게 한다”고 답변했다.

이 질의와 답변에서 보듯 예타를 둘러싼 오묘한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정치권에서 집요하게 기재부에 예타 민원을 독촉하는 반면, 정부는 예타에 관한 한 KDI의 공정한 조사를 내세운다. KDI가 기재부의 산하기관이지만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예타를 공정하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기재위의 한 의원 측은 “SOC사업의 경우 예타를 놓고 국토부와 기재부·KDI 사이에 서로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재부의 핑계를 대고, 기재부는 KDI의 핑계를 대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 역학관계를 모르는 초선 의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예타를 통과시키고 싶어 허둥대기만 하나, 중진 의원들은 자기들만의 노하우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 의원실 측은 “장·차관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지만 국토부와 기재부, KDI 사이에도 예타를 놓고 알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기재부와 KDI가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통과를 원하는 사업에 KDI가 공정성을 내세워 예타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에는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야당 의원 측은 “특히 여당에 힘이 있는 의원이 나서서 추진하게 되면 청와대나 정부 측에서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아무리 KDI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비난은 기재부가 뒤집어쓰게 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예타에 들어가면,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선정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보통 연구총괄자 한 명, 전문연구원 한 명이 붙는다. 여기에 외부 연구진으로 대학 교수진과 전문기관이 참여한다. 기술적 검토 및 비용 추정, 수요 추정, 편익 산정, 경제성 분석이 실시된다. 이 결과 B/C가 산출된다. 비용 대비 편익이 1이 넘어야 통과할 수 있다. 예타의 첫 번째 고개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정책성 분석, 지역 균형발전 분석 등이 실시돼 종합적인 판단을 한 뒤 AHP(분석적 계층화법)를 산출한다. 여기에서는 0.5를 넘어야 한다. 예타의 두 번째 고개인 셈이다.

예타를 KDI에 넘긴 후에도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예타에 대한 마사지 작업에 들어간다. 예타 통과조건에 맞도록 대안이 제시되는 것이다. 철도의 경우,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복선에서 단선으로 바뀌고, 두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는 중련에서 단련으로 사업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열차 운행횟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타 통과라는 한 가지 목표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기차역을 줄이기도 한다. 종전의 기차역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도 들어간다. 한 의원은 “예타를 통과하기만 하면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이런 편법 때문”이라면서 “엉망인 노선을 바로잡고, 꼭 필요했던 역을 세우게 되면 예산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편법도 동원된다. 한 의원실은 “주말 이용객을 따로 분리해 평일의 평균 이용객보다 더 늘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예산 관계자는 “A라는 특정 도시뿐만 아니라 인근 배후도시의 인구를 조사에 반영해달라고 의원이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가 인근에 있음을 강조해 이용객 수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인근에 유명 관광지가 있을 경우 이들 여행객을 예비타당성 조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기를 요청한다는 것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예타 과정에는 점검회의가 있다. KDI에서 의뢰기관인 기재부에 중간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점검회의를 통해 예타의 운명이 대강 예측된다. 만약 불리한 예측이 나오면 정치권은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남부내륙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간 결과가 미진하게 나오자 정치권이 매달렸다. 열차 추가 투입으로 인한 편익 제외, 철도 운영비 과다 산정, 사업 노선 주변의 각종 개발·관광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점을 기재부와 KDI 측에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철도 건설사업의 예타는 3년간의 조사 끝에 B/C는 0.72였고, AHP는 0.5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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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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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어려울 경우 우회 방식으로

본격적인 예타 과정은 발표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18년 8월 27일 국회 예결위에서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은 “분석해 보니 예타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4년 10개월로, 약 5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림을 비판한 것이다.

SOC사업의 예타를 하는 곳이 KDI 한 곳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5년 국회에서는 KDI가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예타 조사기관을 복수로 지정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예타 통과율이 낮은 데다 KDI가 오로지 경제성을 고집한다면서 정치권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 친박 의원 측은 “우리가 실세일 때 지역 민원사업을 예타로 밀어붙였는데, KDI가 꿈쩍도 안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예타 진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과 여부를 대강 알 수 있다”면서 “기재부에서 힘 있는 의원이나 지자체장으로부터 요구가 들어오면 아무리 KDI가 공정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분위기를 전달하게 되고, KDI도 무형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사업을 요청하는 을의 입장에서 보면 조사에 엄격한 외부 용역기관이나 교수진이 참여하느냐, 아니면 다소 느슨한 용역기관이나 교수진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미리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KDI의 분위기를 본 후 예타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국가 예산을 줄이고 다른 예산을 넣는 방식으로 새로운 예타를 추진하는 것이다. 기존의 예타와 같은 사업명이거나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이름과 다른 규모의 사업으로 예타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남부내륙철도는 예타가 무산된 후 정치권에서 국가 재정사업이 아닌 민자적격성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사업이 시행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예타 면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2017년 1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홍철 의원(민주당, 김해시갑)은 김동연 부총리에게 예타가 면제된 다른 철도사업을 예를 들면서 “대통령 공약사업이니만큼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질의했다. 김 부총리는 “이전에 예타 면제사업은 비판을 많이 들었다”고 답변했다.

SOC사업은 예타가 실시된 후 예산에 반영이 되어야 하지만 내년도 실시 설계 예산으로 미리 잡아놓는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남부내륙철도 역시 민자사업으로 2019년 예산에 이미 정부안으로 12억원의 기본조사설계비가 잡혀 있었다. 국회 통과안으로는 증액돼 올해 예산에 벌써 24억원이 반영됐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대통령의 실세인 김경수 도지사가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예타 통과나 면제는 이미 여의도에서는 정치적 행위”라면서 “결국 지자체장이나 지역 의원의 정치적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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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가 된 철도 건설의 지도.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까지 이어지는 남부내륙철도가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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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통과나 면제는 정치적 행위

국회에서 2019년 예산 심의에 들어가면서 여의도에서는 이미 지난해 10월 이전에 예타 면제 사업이 일괄적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이 나돌았다. 남부내륙철도는 멀고 험난한 고개를 피해 우회로를 발견한 듯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정부 경제장관 회의에서 예타 면제가 논의됐고, 11월 12일부터 지자체의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1월 29일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됐다. 예타에서 탈락했다가 이번에 면제된 사업은 23개 중 남부내륙철도 건설 등 7개 사업이었다. 민주당의 예산 관계자는 “예타 면제가 아니라 지방 균형발전과 숙원사업 해결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제에 대한 비판보다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봐달라는 것이다.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나 4대강 사업에서도 이미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예타의 강도는 한풀 꺾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8일 열린 전국 지자체장 초청 간담회에서 “예타 제도는 유지되어야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예타 기준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29일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한 자리에서 500억원 이상 사업이라는 예타 기준을 이야기했다. 기준액이 상향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전에 발의됐던 1000억원안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또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검토할 때도 물론 경제성 분석과 지역 균형발전 평가를 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제성 평가 비중이 너무 커서 이 분야에서 지방이라든가 낙후지역은 좋은 예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중을 달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수행기관 다원화와 조사기간 단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놓고 6월 말까지 검토를 마치겠다는 발언도 했다. 예타 면제를 계기로 기준의 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준 완화는 이미 19대 국회에서 법안소위까지 갔던 사항인데,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반대해 통과시키지 못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예타 기준액 상향조정은 정치권에서 여야 모두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된 후에도 국회는 여전히 예타 전쟁 중이다. 아직도 예타를 앞두고 있는 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타 무력화에는 반대여론이 높다. 한 민주당 의원 측은 “의정부 경전철 경우만 보더라도 예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타는 결국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설혹 예타가 잘못 조사돼 오류를 범할 수 있어도 아주 잘못된 사업은 반드시 가려준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의원은 “흑산도 공항 건설처럼 엉터리 예타도 있지만 예타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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