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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인터뷰] `증인` 정우성, 잘생김 뛰어넘은 우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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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에서 인간적인 변호사로 변신한 정우성.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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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수식어가 필요 없는 멋진 비주얼, 그럼에도 내면은 그보다 더 빛나는 사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비현실적인 배우, 바로 정우성(46)이다.

따뜻한 휴머니즘이 가득 배어 있는 착한 영화 ‘증인’(감독 이한)으로 돌아온 정우성은 개봉을 앞두고도 편안한 모습이었다. “연이은 악역, 강렬한 연기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겐) 당연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운을 뗀 정우성은 “선택은 내 만족에서 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지우가 던지는 질문’이 내 안의 많은 걸 뒤흔들더라”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배우란 선택을 받는 입장이죠. 그 시기 영화계에 유행하는 시나리오들이 있는데 주어진 시나리오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그 선택에 대해 또 다시 최선을 다하며 달려왔죠. 그러다 ‘증인’ 시나리오를 봤는데 자각하게 됐죠. 늘 원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어떤 ‘일상스러운’ 것에 대한 갈증, 내면의 고민, 관객과 내가 하고 싶은, 또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서요. 지우(김향기 분)가 던지는 아주 쉽지만, 우리가 전혀 하지 않는 그 질문들을 관객들과 함께 듣고 생각하고 싶어요.”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우성은 극 중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민변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아 인간적이고도 소탈한 매력을 보여준다.

정우성은 “인생의 ‘방향’이라는 게 거창한 전환점이 꼭 있어야만 설정되는 건 아니다. 사소한 선택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얼마나 정당한가, 혹은 내가 위치한, 내가 속해 있는, 내가 가진 직업 안에서 정당성을 가지려 노력하느냐 질문도 함께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미련하게 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도·관계 안에서의 예의와 적당한 사회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영화나 사회에서 ’착하면 손해본다’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며 "정도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무서울 때도 있다. 영화에서도 나쁜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돋보일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보면 씁쓸할 때가 있다. 사실 사람이 착하긴 힘들지만 그걸 조용히 뚝심 있게 지킬 수 있다면 어떤 독보적인 은은한 빛을 내지 않을까 싶다. 아름답고 온화할 것 같다"고도 했다.

“’증인’이 담고 있는 교감과 소통, 그 안에서의 담담하지만 따뜻하고 여운이 오래 가는 요소들이 좋았어요. 제 안에 충족되지 못한 어떤 일상성에 대한 대리만족을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스스로도 힐링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캐릭터를 디자인하거나 꾸미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행복했던 순간이 참 많았죠. 현장이 늘 즐겁고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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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영화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교차하며 외모 못지않게 훈훈한 소신을 드러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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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김향기에 대해서는 “늘 짐승들과 으르렁거리면서 서로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쳤는데 귀엽고 사랑스러운 향기와의 작업은 포근한 안식처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향기가 말수는 적은 편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지켜보고, 바라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소통을 했다”며 “향기가 어떤 배우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보면서 느껴지는 게 많았다. 동시에 내가 어떤 배우이고 어떤 사람인지, 현장에서의 자세를 보여주면서 서로에 대해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했고 결과적으론 너무나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묻는 질문들이 제가 늘 생각하고 추구하는 어떤 가치관,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하더군요. 노력하는 사람,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보고 고민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사람으로 남을 진 모르겠지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어떤 방향성인 것 같아요. ‘증인’은 그런 제 안의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울림이 있었죠. 많은 분들이 함께 느끼실 수 있었으면 진심으로 좋겠어요.”

‘증인’은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이자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낸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13일 개봉, 극장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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