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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살아있는 전설` 톰 브래디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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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50] 지난 4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LA 램스 간에 치러진 제53회 슈퍼볼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의 주인공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였다. 이날 경기는 NFL 팬들 사이에서 역대급 졸전으로 회자될 만큼 여러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남겼는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기록들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3대3의 스코어는 양팀 합산 기준으로 역대 슈퍼볼 최저 스코어이며, 3쿼터까지 터치다운이 없었던 유일한 경기였다.

최근 수년간 기준으로 최처 TV 시청자 수를 기록해 흥행면에서도 참패한 이번 슈퍼볼이지만, 패트리어츠와 패트리어츠의 주전 쿼터백 톰 브래디에게만큼은 역사적인 경기였다.

패트리어츠는 이번 슈퍼볼 승리로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함께 역대 슈퍼볼 최다 승리(6회)한 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피츠버그가 1973년 첫 우승 이후 40여 년간 6번을 제패한 반면, 1960년 창단해 40년 이상 우승이 없었던 패트리어츠는 2002년 첫 슈퍼볼을 차지해 17년간 무려 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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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패트리어츠의 우승이 값진 또 하나의 이유는 6번의 우승이 모두 감독인 빌 벨리칙과 쿼터백 톰 브래디의 합작하에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올해 66세의 벨리칙과 41세의 브래디는 모두 NFL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백전노장들이다. 그 둘은 각각 49세와 24세였던 2002년 2월에 첫 슈퍼볼을 들어올렸고, 정말 오랫동안 찰떡궁합을 맞춰왔다.

벨리칙에 대해서는 차후에 기회가 될 때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브래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쿼터백은 미식축구에서 핵심 중 핵심 포지션이다. 쿼터백으로부터 모든 공격이 시작되며, 쿼터백은 다양한 작전을 통해 팀을 이끈다. 이 때문에 쿼터백의 몸값, 즉 연봉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포브스는 매년 그해 수익을 많이 번 스포츠 선수 100인을 발표한다. 2018년도 발표한 자료 기준으로 미식축구에서는 맷 라이언(애틀랜타 팰컨스)이 가장 많이 벌었고, 그 바로 뒤가 매슈 스탠퍼드였다.

대부분의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선수들이지만, 이 둘은 전체 순위에서 9위와 10위에 해당하며, 그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들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이상 축구),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이상 농구), 메이웨더(복싱), 코너 맥그레거(UFC), 로저 페더러(테니스) 등 그야말로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다. 그만큼 미식축구의 위상과 선수들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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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재미나는 것은 전체 100인 중에 미식축구 선수가 17명 포함돼 있지만, 톰 브래디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브래디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부연설명하면, 그의 소속팀인 패트리어츠가 스틸러스와 함께 슈퍼볼 최다 우승 공동 1위인 반면, 주전 쿼터백으로서 6회 우승한 선수는 브래디가 유일하다. 이 기록은 전설 '조 몬태나'를 뛰어넘는다. 그는 슈퍼볼 최다 출전, 최다 우승이라는 전무하고 앞으로도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의 보유자다. 브래디가 더욱 대단한 것은 그는 아직도 최정상 자리에 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봉으로만 따져봤을 때 브래디보다 많은 돈을 받는 선수는 NFL에서만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역뿐만 아니라 역대를 따져봤을 때도 브래디만큼의 기록과 업적을 거둔 선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NFL 선수들 수익은 그 나누는 기준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선수들의 순위를 매기기는 다소 힘들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기준으로 해도 브래디가 최상위권에는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브래디는 축구로 따지면 '원클럽 맨'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미식축구에서 20년 가까이 최고 위치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롱런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에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승부근성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다소 진부해보이기까지 한 요소들이다.

그의 성공은 팀과 함께했다는 데 있다. 브래디가 주전 쿼터백이 된 이후 패트리어츠는 늘 정상권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18년간 16번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디비전 우승, 9번의 콘퍼런스 우승, 그리고 6번의 슈퍼볼 제패. 32개팀이 있는 NFL에서 이 엄청난 기록은 저절로 나온 것도 아니고, 브래디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미식축구에는 다양한 포지션이 있고, 전력적 균형이 뒷받침되어야만 최고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의 재정은 늘 그렇듯이 한정돼 있다. 한두 해 반짝 잘할 수는 있지만,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미식축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엄격한 샐러리캡 제도가 있다.

톰 브래디를 보유한 패트리어츠는 계속해서 선수를 보강하며, 최고의 전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톱스타들 중에서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 속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어떻든 브래디는 돈 이상의 가치를 이루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양보했고, 패트리어츠와 브래디는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며 전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양보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 브래디는 보장 연봉만 160억원이 훌쩍 넘는다.

참고로 2018 포브스 기준 가장 많이 수익을 올린 미식축구 선수 맷 라이언은 단 한 번도 슈퍼볼 우승반지를 껴보지 못했다. 2년 전 그는 정규시즌 MVP를 받으며 슈퍼볼 무대에 올랐지만, 브래디에게 막혀 좌절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연봉 3000만달러를 넘는 최초의 미식축구 선수로 입성하며 소속팀과의 초대박 연장계약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올 시즌 애틀랜타는 슈퍼볼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반면에 톰 브래디는 올 시즌에도 메르세데스벤츠스타디움에서 슈퍼볼을 제패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스타디움은 맷 라이언의 소속팀인 애틀랜타 팰컨스의 홈구장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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