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톱자국 일주일 넘어서야 사라져
- 학부모, “8년 알고 지낸 원장인데 배신감 이루 말 못해” 분통
지난 4일 촬영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CCTV 영상. 담임선생님은 15개월 아이를 손을 쥐고 얼굴을 뒤로 젖힌 뒤 밥을 먹였다. [학부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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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1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A 씨는 지난달 16일 아이의 오른쪽 귀 옆에 손톱자국으로 보이는 상처가 빨갛게 나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내려 앉았다. 아이가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녀온 직후 발견한 것이었다.
A 씨는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려고 했는데 이를 거부해서 자국이 났다. 손톱을 잘라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했다. 부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의 상처는 단순히 손톱이 스친 게 아니라, 강한 힘으로 꾹 눌러야 생길 정도로 선명했고, 상처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 A 씨는 “잘못은 손톱이 아니라 아이에게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 그 태도였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장이라도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고민이 깊어졌다. 해당 어린이집에 첫째아이부터 넷째까지 맡겨 원장을 알고 지낸 게 8년이나 됐다. 혹시라도 CCTV에서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라도 나온다면 그 배신감은 상상조차 안됐다. 결국 A 씨는 아이를 앞으로 마음 편히 믿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라도 CCTV를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CCTV를 통해 확인한 원장과 담임선생님의 행동은 과격 그자체였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16일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밥을 먹지 않자 얼굴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뒤로 젖힌 뒤 입을 벌려 밥을 먹였다. 아이는 자지러질 듯 울었다. 어린이집 측은 이 과정에서 귀와 볼 사이에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CCTV를 돌려본 결과 이날뿐만 아니라 다른 날에도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을 때 뒤통수를 꽉 붙잡고 젖혀 밥을 먹였다. 그래도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을 땐 원장이 등장했다. 원장은 CCTV가 나오지 않는 사각지대로 아이를 데려갔다. A 씨는 “평소 원장이 ‘밥을 잘 먹인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어린이집의 대응이었다. A 씨가 원장 측에 해당 사건에 대해 다른 부모들도 알 수 있게 알리고, 공식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하자 어린이집은 18일 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간담회는 아이 상처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장으로 변질됐다. 원장은 다른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밥 먹이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설득했다. A 씨는 “부모 마음이라면 다 똑같다. 자기 아이의 얼굴에 손톱에 찍힌 자국이 났는데 밥을 먹이려고 했다 한들 이해할 사람이 많겠느냐”며 “아이 CCTV를 돌려보며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의견을 받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사건에 대해 충분한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상황이 어찌됐든 이러한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건 직후 부모에게 사과를 여러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입건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어린이집 내 CCTV를 분석하고 피의자인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선생님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 정황, 범행 동기 등을 밝힐 방침이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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