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죄의 증명 없다”
‘절반 유죄’ MB 재판 영향 주목
검 “관련자 진술 배치…항소”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69·사진)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국정원 자금 4억원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1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4억원 중 2억원 수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원장은 취임 초인 2008년 3~5월 이 전 대통령 측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그해 4~5월에 추가로 2억원을 건네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 전 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해선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던 사실을 모두 부인하다가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하면서 제출한 진술서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금액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험한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경위로 수수한 자금과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주성 전 실장에 대해서도 “최초 검찰 조사 시에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갑자기 기억이 났다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시작했다”며 “이런 진술 번복은 실제 자금 교부자를 은닉·비호함과 동시에 자신의 책임을 반감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는 2008년 4~5월에 전달된 2억원만 국고손실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 국정원 내부자의 진술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김 전 원장 재판에서 전부 무죄가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의 판단이 어떨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무죄 판결은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배치되고 이미 선고된 이 전 대통령 사건 1심 판결과도 배치된다. 항소하겠다”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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