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되레 망설이다 지원나서
원세훈·이채필 공소장에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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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이후 장관)은 고용노동부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 소속 아이오(IO)를 만나 친정부 성향 제3노총(국민노총) 설립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언급하며 돈을 요구했다. “최근 대통령께서 민(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을 지시하신 바 있다. 제3노총 사무실 마련이 급한데 고용노동부 예산은 철저하게 감사를 받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 국정원이 3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좌파 척결’에 앞장서던 ‘원세훈의 국정원’이었지만, 이런 노골적인 요구에 오히려 국정원 아이오가 망설였다. 아이오는 이튿날 내부보고서에 “국정원의 3억원 전액 지원이 제3노총 출범을 주시하고 있는 노동계에 노출될 경우 검은돈 의혹 제기 등 파문 가능성이 상존한다. 직접 예산 지원보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계를 통한 우회적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전 장관은 한달도 안 돼 아이오를 다시 만나 거듭 대통령을 언급하며 ‘긴급 지원’을 채근했다. “대통령께서 관심을 갖고 계신 사업인데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경총 등의 지원은 보안 문제로 제외됐다. 국정원은 보안상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으니 3억원을 지원해달라.”
국정원은 예산 지원을 하기로 했고, 돈은 은밀하게 건네졌다. 국정원은 정부과천청사 주차장에서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에게 1570만원을 건네는 등 11차례에 걸쳐 1억7700만원을 전달했다.
이런 내용은 29일 <한겨레>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원세훈·이채필 등의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31일 이들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국정원의 자금 지원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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