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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타 면제, 경기부양 효과 있을까…"땅값 자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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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위축으로 성장률 떨어지고 고용 줄어
"토건으로 경기부양" 지적…정부 "그렇지 않다"
본격 효과는 내년부터 예상…부동산 불안 우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균형발전프로젝트는 경기부양 목적이 아닙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가 추진하는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브리핑 내내 이런 말을 수차례 했다. 가파르게 하강 중인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경기부양 효과가 큰 철도, 토목 등 대규모 SOC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하는 듯 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경제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다른 생각이다. 정부가 경기하강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토건 SOC 중심의 경기부양 카드를 꺼냈다는 게 중론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한 축인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국내경기가 꼬꾸라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SOC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게 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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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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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하강 본격화되자 SOC 사업 확대로 전환

홍 부총리의 주장에 전문가들이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확인된다. 수년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건설투자는 2018년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건설투자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2년(-3.9%) 이후 6년 만이다. 감소폭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13.3%) 이후 가장 크다.

이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0.7%포인트로 고꾸라졌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17년 3.1%에서 지난해 2.7%로 주저앉은 데 건설투자 부진이 주원인으로 지목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예산안에서 SOC를 감축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2017년 22조원 수준이었던 SOC 예산은 2019년 예산안에는 19조8000억원까지 후퇴했다. SOC 예산 감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본격화된 부동산 규제 강화와 함께 건설경기를 위축시킨 주범으로 손꼽힌다.

건설경기 위축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고용참사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017년 전년대비 11만9000명이었던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은 2018년에는 4만7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7만개의 일자리가 순감(純減)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토목 중심의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종전 원칙을 거둬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남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3조원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기 착공을 지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현대차 GBC 건립 지원을 약속하며 각종 SOC 토목 사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 이번 예타 면제 사업을 통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설경기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성장률 급락과 취업자수 급감이 어느정도 완충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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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전남 전남 영암 F1 경기장의 메인 그랜드 스텐드 모습.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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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SOC 사업으로 경기 살아날까…부동산 불안 우려

그렇지만, 예타 면제를 통한 지역 SOC 확충 사업의 경기진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예타 면제 사업의 계획이 올해 중 확정되더라도 본격적인 착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4조1000억원에 이르는 23개 예타면제 사업을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중앙정부 예산 18조5000억원을 연 평균 1조9000억원씩 단계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예산에서는 사업·설계비만 투입하고, 본격적인 사업 착공 예산은 2020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사업 추진 방향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대규모 사업 예산 투입은 2020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와 내년에는 공사 착공 등 본격적인 건설사업이 추진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부양 측면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예타 면제 조치로 경기부양의 부정적인 효과가 선행(先行)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SOC 사업 착공 이전에 토지 보상 등을 기대한 부동산 가격 불안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본부장급 관계자는 "대형 국책 SOC 공사는 사업 추진에 따른 투자·고용 유발효과가 크기는 하지만, 장기간 동안 추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투기 재료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면서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SOC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부동산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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