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오남용 우려 목소리도…"중장기 지역 경제 부담될 수도"
예타면제 대상 기준 설명하는 홍남기 부총리 |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정부가 29일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은 주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전략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상용차·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의 광역 교통·물류망을 구축해 균형 발전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사업에 투입되는 재원만 총 24조원이 넘는 만큼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내수 촉진과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성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의정부 경전철 사업 등처럼 오히려 지역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홍남기 "예타면제 2029년까지 추진…연평균 1조9천억 소요" / 연합뉴스 (Yonhapnews)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총 23개 지역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했다. 예타 면제 사업의 총 규모는 24조1천억원에 달한다.
면제 대상은 크게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지역전략산업 육성과 교통·물류망 구축 등을 위한 SOC 사업으로 구분된다.
지역 전략산업 투자 중 하나인 전북 상용차 혁신성장에는 총 2천억원에 투입된다.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 미래 차 부품 시장을 선점하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군산의 새만금 국제공항(8천억원) 사업까지 포함하면 전북 지역은 총 1조원의 사업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게 됐다.
군산 현대조선소와 한국GM 공장 가동 중단으로 위기에 몰린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호재를 손에 쥔 셈이다.
총 20조원 안팎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올해 국회에서 확정된 SOC 예산(19조7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래픽] 정부, 국가균형발전 위해 24조원대 23개 사업 예타면제 |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4조7천억원) 등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공사만 8개에 달한다.
SOC 사업은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지역산업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대전 도시철도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취지도 있다.
SOC 사업 중 4개 사업이 경남·울산·부산 등에 집중됐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기 침체한 '동남권'의 경기 활성화를 배려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세종시 주상복합건물 공사장 타워크레인 |
이번 예타 면제 조치로 대규모 SOC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건설업 경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이다.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고용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은 2014년 기준 5.9명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3.1명)의 두배에 달한다.
정부가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첫 번째 선정 기준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효과 전망은 하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률적인 기준으로 일자리 창출, 생산 유발 효과를 산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역 특성화 사업은 1만3천여개 일자리 창출 등 이미 기술적 타당성 조사가 이뤄진 것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타당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졸속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역 경기가 반짝 부양되는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기반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의정부 경전철,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사업 등처럼 중장기적으로 지역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대규모 사업이 호재가 되면서 잠잠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 대상이 도심이 아닌 산업단지나 도로·철도 등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불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타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주체가 최소한의 타당성을 살피는 것인데 그것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예타 면제보다는 예타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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