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심판이 선수로 뛰었다. ‘세금 감시자’란 본분을 잠시 뒤로 미루고 '혈세 축제'를 즐겼다. 2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예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사업을 대하는 국회의원 얘기다.
이날 예타 면제 사업이 결정된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온종일 치적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40년 지역구 숙원사업을 해냈다’는 등의 내용을 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
국회는 국민이 뽑은 의원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의원은 그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한다. 지역민들이 모두 바라는 숙원 사업을 한다는 건 의원들에겐 어쩌면 당연하다. 대규모 토목 공사가 그 지역민들의 삶을 바꿔준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에 앞선 전제가 있다. 의원들은 국민이 낸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감시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국회에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면, 의원들은 문제를 밝혀내고 해결책도 제시해야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예타 제도다. 마구잡이식 사업은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타를 거친 후 경제성이 있다면 즉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면 사업을 추진하란 얘기다.
문제는 이 정부 뿐만 아니라 정권마다 이 예타 제도를 무력하게 했다는거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처럼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수많은 사업이 예타를 거치지 않아 세금먹는 하마가 됐다. 이는 의원들의 생명줄과 같은 ‘표’ 때문이다. 선거에서 자신을 찍어줄 표가 결국 돈과 연계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책은 결국 정치의 영역에 놓였다”며 “예타면제 앞엔 여야가 따로 없고 내 지역구가 선정되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도 이번 예타면제를 곱지 않는 눈으로 본다. 야당의 비판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여당 내 비판은 곱씹을 만하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예타면제를 비판했던 게 바로 민주당이란 점에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이번 예타면제는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한 번에 보여준 사례”라며 “예타라는 제도를 무력하게 하는 순간 국민 세금은 눈먼돈 잔치에 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낸 세금을 제때 올바른 곳에 쓰이게 하면, 우리 국민의 삶이 바뀐다”며 “균형발전이란 미명아래 예타면제가 마치 온 나라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