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23개 사업을 확정했다. 당초 전국 17개 시·도의 예타 면제 신청 사업 중 사업 수는 70%, 사업비는 35% 수준이다. 선심성 정책, 토건 경제 의존 등 비판 여론을 의식해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 수도권 사업은 제외하면서 역차별 논란의 여지는 남겼다. 사업 수와 사업비를 줄였어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20조원보다 여전히 규모가 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혈세 낭비라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선정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했다.
예타 면제 사업 가운데 두드러지는 영역은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이다. 전체 사업비 중 45%인 10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또 도로·철도는 24%인 5조7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지역 삶의 질 개선 영역에 담았지만 사업 성격으로 볼 때 사실상 SOC로 분류할 수 있는 지역 도로·철도는 14%(3조3000억원)였다. 합치면 SOC만 83%(19조9000억원)로, 올해 국회에서 확정된 SOC 예산(19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통·물류·도로·철도는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로, 옛 정부도 경기부양 정책으로 자주 사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 건설·설비, 내수 등 지표에서 지난해에 이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R&D투자는 15%인 3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20년 예산에 반영한 후 추진된다. 지역 주민 삶의 질 영역 중 환경·의료시설은 6000억원(2.5%)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 ‘30대 선도 프로젝트’, 2009년 ‘4대강 사업’과 달리 SOC 외에도 R&D투자 사업을 다수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사업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사업은 김천과 거제를 연결하는 172km 구간의 남북내륙철도로 4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거제 구간이 현재 4시간30분에서 2시간40분대로 단축을 정부는 예상했다.
평택~오송 46km 복복선화 사업은 사업비 3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고속열차가 교차하는 병목구간에 복선을 추가 건설하는 내용이다.
원칙적으로 수도권은 배제했다지만 도봉산 포천선 1조원 사업은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도시철도 7호선을 접경지역인 포천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을 찾아 적극 검토를 약속했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명단에 올랐다. 새만금 국제공항, 충북선 철도고속화, 서남해안 관광도로 등도 혜택을 받게 됐다.
그러나 관심이 상당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은 빠졌다. 계양~강화 고속도로 역시 제외됐다. 정부는 두 사업의 경우 올해 안에 예타 완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천~영월 고속도로, 문경~김천 철도, 경전선 전철화 등 3곳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으며 민자사업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는 민자적격성을 조사한다. 정부는 202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조90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정부 재정 총 지출 470조원과 비교할 때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예타 미비점에 대한 검토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곳에서 수행하는 예타를 다른 전문기관도 추가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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