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예타면제 사업, 2029년까지 연평균 1.9조 소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전국 16개 시도 23개, 24조1000억원 가량의 각종 SOC(사회간접자본) 구축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업 추진 과정상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서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진행될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보다 촘촘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발표된 23개 사업은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돼, 향후 10년 간 연 평균 1조9000억원이 소요돼 올해 정부 재정 총 지출 규모 470억원과 비교해볼 때 중장기적인 재정운용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이어서 진행되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보다 촘촘하게 수행하고, 사업 추진 과정상의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사업 취지에 대해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고, 연구개발 투자 또한 수도권에 편중돼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이 자립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하려면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최우선 고려했고, 사업계획이 구체화돼 신속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선정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선정 기준을 밝혔다.

다음은 홍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현 정부가 SOC 재정투입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입장 변화로 읽힌다. 입장변화 배경과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경남과 광주 등 시도별로 액수 차이도 있는데, 기준을 어떻게 정한 것인가.

"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근본 목적은 경기부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 과정에서 경제활력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일차 목적은 국가균형 발전이다. 또 23개 사업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걸쳐 추진되며, 올해나 내년에 착공하긴 어렵다. 당장 경기부양을 위해 SOC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안배와 관련해선 의도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따라서 경남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사업비가 4조7000억원인데, 경북과 경남을 다 연결하는 사업이다. 특정 지역과 연결된 사업이 아니며, 두 개 이상 시도가 이어진 기간망을 우선 고려한 측면이다. 광주의 경우 SOC 보다는 산업단지와 관련된 사업을 지자체 스스로가 요청했다."

-지역의 1조원 규모 SOC는 이전에도 많이 진행돼 왔고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가 많다. 이번 발표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어떤 차별화된 지점에서 도움이 되나. 또 재원조달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궁금하다.

"기존 방식대로 예타를 충족하기 어려운 사업도 포함했고,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도 있다. 하지만 지역 균형을 위해선 꼭 필요한 사업들을 이번에 검토해 반영한 것이다.

재원과 관련해선 전체 23조1000억원 중 국비로 18조5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일부 지방비와 민간 부담이 된다. 국비가 18조5000억원이긴 하지만 앞으로 10년 간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연간 소요는 2조를 넘지 않는다. 기존 지출구조 개혁도 병행할 예정이다. 국비 수준에선 재원조달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비타당성 제도를 올 상반기까지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구상 중인지.

"예타는 현재 500억원 이상 SOC 사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어렵고, 선정되더라도 예타 기간이 너무 길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말까지 제도 전반을 검토해 대상 사업 (액수) 기준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외에 예타 수행 기관을 추가하는 방안, 수행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수도권과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예타 면제 사업이 선정되면서 수도권이란 이유로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의 경우 수도권에서 시급한 사업인데 예타 면제 대상에서 빠졌다. 올해 예타 통과를 못하면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지.

"이번 발표는 비수도권 지역균형차원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수도권 사업은 대상에서 빠졌다. 수도권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발표된 수도권 광역교통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GTX-B의 경우 정부로서도 올해 예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됐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연말이나 올 연초 마무리됐으면 그때 발표하려 했는데 늦어져서 지금 발표됐다. 다른 고려는 없었다."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지역 주변 부동산이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도심 밀집지역이 아니라 SOC 사업이나 산업단지 인근 지역이기 때문에 일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예의 주시하며 대응할 예정이다."

세종=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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