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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어용노총 지원’ 이채필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해…관심 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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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전 장관 “대통령께서 제3노총 출범을 지시”

과천 정부청사 주차장에서 국정원 자금 건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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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원의 친정부 성향 ‘제3노총(국민노총)’ 설립 자금 지원이 당시 고용노동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전 장관은 “제3노총 설립은 대통령의 지시”라며 국정원에 3억원의 자금 지원을 거듭 요구했고,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직접 경기도 과천의 정부 청사 주차장에서 국정원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 주무부처가 오히려 ‘노동분열’을 위해 친정부 노총 설립에 앞장섰던 것이다.

29일 송기헌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쪽에 ‘제3노총 설립을 국정원이 지원해야 한다’며 먼저 접촉한 것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당시 차관)이었다. 2011년 2월24일 국정원의 고용노동부 아이오(IO·정보관)를 만난 이 전 장관은 “출범을 위해 지역 사무실 마련이 급한데 노동부의 예산은 감사를 받아 어렵다”며 “국정원이 3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대통령께서 민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법을 지시한 바 있다”고 말하며 제3노총에 대한 지원요구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의 적극적인 요구에 오히려 국정원 아이오가 망설였다. 국정원 아이오는 이 전 장관을 만난 다음날인 25일 내부보고서에 “노동 정책연대 파기 선언 등으로 제3노총 출범·육성의 필요성이 강해져 다양한 형태의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국정원의 3억원 전액지원은 제3노총 출범을 주시하고 있는 노동계에 노출될 경우 검은돈 의혹제기 등 파문가능성이 상존한다. 직접 예산 지원 보다는 경총 등 경제계를 통한 우회적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원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노동계에서 파장이 예상되므로 ‘우회지원’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다시 고용노동부 아이오를 만나 ‘직접 지원’을 채근했다. 이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나 경제단체를 통한 지원이 기존 노동조합의 반발이나 보안상 문제로 어렵다며 “국민노총은 민주노총 제압 등 새로운 노동질서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 사업”이라고 다시 ‘MB의 뜻’을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의 연이은 채근은 아이오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되었고, 원 전 원장은 제3노총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외부에 지원 사실이 알려질 경우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이미 우려했던 만큼, 국정원의 자금은 ‘은밀하게’ 건네졌다. 공소사실을 보면, 이들은 국정원의 자금을 고용노동부 쪽에 건넬 장소로 경기도 과천시의 ‘정부 청사 주차장’을 택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주차장에서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만나 1570만원을 건넸고, 이 전 보좌관은 이를 노조원들을 만나 국민노총 합류에 설득하는 비용 등으로 썼다. 이런 식으로 2011년 4월4일부터 2012년 4월5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국민노총에 흘러간 국정원의 자금이 1억7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채필 전 장관 등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국정원의 자금 지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해 추가로 수사하거나 기소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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