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축구선수 "왕실 비리 폭로한 만큼 강제송환 시 목숨 위험"
사우디 10대 女 강제송환 방침 '번복' 이어 국제사회 관심 집중
태국에서 체포된 바레인 출신 난민 축구선수 알아라이비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바레인이 태국에 구금 중인 자국 출신 난민 축구선수에 대한 '범인 인도' 요청을 태국에 공식 요청했다.
이 난민 축구선수는 바레인 왕실 비리를 폭로한 것이 범인 인도 요청의 진짜 이유라면서, 강제 송환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태국 정부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29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바레인 정부는 전날 공식 서한을 통해 태국 정부가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6)를 바레인으로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바레인 정부는 성명을 통해 "태국에서 체포된 알아라이비가 징역형을 치를 수 있도록 바레인으로 인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바레인 정부는 또 알아라이비 석방을 요구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신혼여행 차 태국에 왔다가 체포됐다.
바레인 정부가 경찰서 기물 파손죄로 궐석재판을 통해 10년 형을 선고한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알아라이비는 왕실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체포됐고, 고문을 당하는 등 탄압을 받자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호주 정부는 2017년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호주 인권단체 회원들이 알아라이비 석방 촉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
바레인 정부가 알아라이비 인도를 공식 요청함에 따라 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태국은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에 대한 처우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 초 호주에 망명하려던 사우디 10대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을 태국 공항에서 체포한 뒤 사우디로 돌려보내려다 알-쿠눈의 '트위터 시위'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관심에 송환 방침을 포기하면서 난민 정책이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인권단체들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 알아라이비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전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크레이그 포스터도 전날 5만명이 서명한 알아라이 석방 청원서를 FIFA에 제출하는 기자회견에서 "알아라이비 석방 문제는 이제 완전한 긴급상황이 됐다"면서 "호주는 그가 돌아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제공]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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