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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베스트11 중 유럽파 2 VS 11…벤투호, 일본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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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란 꺾고 아시안컵 결승행

이란전 베스트11 전원 유럽파

박항서도 일본 명단 보고 깜짝놀라

반면 한국, 카타르전 유럽파 고작 2명

"한국 돈과 안정, 일본 꿈과 경험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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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축구대표팀 나카토모가 이란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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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우디아라비아 16강전을 보러 갔다가 일본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 선수들 전부 유럽 명문팀에서 뛰고 있더라."

박항서(60)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3일 일본과 아시안컵 8강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에서 이란을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는데, 박 감독 말대로일본의 베스트11 전원이 유럽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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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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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포메이션 중 공격수 오사코 유야(독일 브레멘)-미나미노 타쿠미(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독일 하노버)-엔도 와타루(벨기에 생트뤼덴스)-시바사키 가쿠(스페인 헤타페)-도안 리츠(네덜란드 흐로닝언) 모두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터키 갈라타사라이)-요시다 마야(잉글랜드 사우샘프턴)-도미야스 다케히로(벨기에 생트뤼덴스)-사카이 히로키(프랑스 마르세유)는 물론 골키퍼 곤다 슈이치(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까지 유럽무대를 누비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리그에서 2명씩, 잉글랜드·스페인·네덜란드·터키·포르투갈·오스트리아·프랑스 리그에서 1명씩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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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꺾고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한 일본축구대표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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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들은 세계화를 위해 유럽프로축구 진출에 적극적이다. J리그에서 뛰던 일본 선수들은 유럽 빅클럽이 아니라 중하위권팀이라도 과감하게 이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무대에 도전해 부딪힌다. 일본 J리그팀들도 선수들의 유럽이적을 가로막지 않고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선수들은 네덜란드, 프랑스 리그 등에서 선발로 뛰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일본축구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 도전적으로 임했다. 우선 혼다 게이스케(33·멜버른 빅토리), 가가와 신지(30·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33·레스터시티)를 제외하면서 젊은 유럽파로 세대 교체를 했다. 한국으로 치면 기성용(30·뉴캐슬),이청용(31·보훔),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를 명단에서 제외한 셈이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안티풋볼'을 펼치면서 1-0으로 겨우 이겼고, 베트남과 8강전에서도 1-0 진땀승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은 4강에서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을 꺾으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유럽선수들과 체격이 비슷한 이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후반 11분 이란선수 5명이 심판에 항의하는 사이, 미나모노는 필사적으로 볼을 따라가 크로스를 올렸다. 미나미노의 집념은 오사코의 헤딩선제골로 연결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경기 후 "이란전 승리는 선수들의 용기와 투혼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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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5일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전 경기에서 쓰러진 황인범을 일으켜세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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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힘 한번 못써보고 졌다. 카타르전 베스트11 중 유럽파는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과 이청용(독일 보훔), 단 2명 뿐이었다.

김민재, 이용, 김진수(이상 전북), 황인범(대전), 주세종(아산) 등 K리거 5명,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승규(빗셀 고베) 등 일본 J리거 2명, 나머지 한명은 카타르리그 소속 정우영(알사드)이다.

물론 한국은 23명 중 유럽파 8명을 보유했다. 하지만 지동원과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베로나), 황희찬(함부르크)은 교체명단이었고, 기성용(뉴캐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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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0 대 1 대표팀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벤투 감독이 정우영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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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가 유럽진출에 걸림돌이 아니다. 1차적으로 유럽팀들은 실력이 떨어지는 한국선수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리그와 중국, 일본, 중동리그에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잉글랜드 왓퍼드 이적설이 돌던 중앙수비 김민재는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이 확정됐다. 터키와 프랑스 관심을 받던 김영권은 중국 광저우 헝다를 떠나 일본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설이 돌던 공격수 황의조 역시 일본 감바 오사카에 잔류하는 분위기다.

K리그 시스템도 문제다. 미드필더 황인범(대전)은 유럽이 아닌 미국 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적을 눈앞에 뒀는데, 독일 함부르크가 황인범에 관심을 보였으나 대전과 이적료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K리그 구단들은 에이스가 유럽으로 이적을 추진할 경우 이적료 20억원 이상을 불러 결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서 수원과 전북은 대의적인 차원에서 이적료 15억원에 권창훈과 이재성의 유럽행을 허락한 착한 사례도 있다. 물론 권창훈과 이재성은 중동팀 거액의 연봉을 거절하고 본인의 도전의지가 강해 이뤄진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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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황의조, 김민재가 28일 오후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하며 59년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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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스포츠칼럼니스트 신무광 씨는 예전에 기자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신씨는 "한국 선수들은 돈과 안정(경기 출장)을, 일본 선수는 꿈과 인생경험(해외생활)을 중요시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병역이 걸려있어 급하게 결과를 원할수밖에 없지만, 일본선수들은 마치 옆나라에 단기유학 가듯 자유롭게 도전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을 지휘한 트루시에 감독이 당시 이런 말을 했다. '일본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파가 많아야한다. 유럽 1부~2부리그를 포함해 최소 30명 정도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환경이 생기면 일본은 월드컵 8강도 가능할 것'. 당시 유럽파는 나카타, 이나모토, 오노, 가와구치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1, 2부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약 30명이다.

일본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16강에 진출했고, 아시안컵에서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아시안컵에서 59년째 무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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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시바사키 가쿠가 2019 아시안컵 베트남과의 8강전을 앞둔 2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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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헤타페 미드필더 시바사키(27)는 8강전을 앞두고 '전 캡틴' 하세베 마코토(35·프랑크푸르크)가 대표팀에서 빠졌다는 질문을 받고 20초 가까이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하세베 뿐만 아니라 러시아 월드컵 후 베테랑 선수들이 없다. 우리는 다음단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나아가고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목표와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일본축구는 전진하는데, 한국축구는 정체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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