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벤투(50·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 선수 관리 실패, 강점 없는 단순한 전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감독의 아집과 현실 안주 역시 큰 문제이다.
벤투 감독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를 전승으로 마치고 작심한 듯 단상 위에 올라 쓴소리를 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C조 1위를 차지, 16강에 진출한 시점이었다. 벤투 감독은 “(A매치) 10경기를 무패로 마쳤는데, 나쁜 뉴스만 나온다”며 “패했을 때 어떤 뉴스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하고 단호한 어조였다.
벤투 감독은 쓴소리하면서도 주위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실패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곧바로 폭죽을 쏘아 올렸다. 9월과 10월 평가전에서 칠레, 우루과이 등 강호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평가전은 모두 매진을 기록했고, 관심도 급상승했다. 벤투 감독 선임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언론 역시 칭찬 일색이었다.
이상 징후가 보인 것은 11월 A매치였다. 엔트리 발표 이후 갑자기 부상자가 속출했다. 황희찬(함부르크) 정우영(알사드) 김문환(부산)이 빠졌다. 갑작스럽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좋지 않았던 부상 부위가 악화했다. 엔트리 발표 이전에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선수 관리 및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선수가 들고나는 과정은 어수선한 분위기로 나타났고, 이는 경기력으로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4-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호주와 1-1로 비겼다. 특히 호주전 실점 장면을 두고 스포츠월드는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칼럼을 통해 선수단의 간절함과 벤투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을 지적했다. 상대 공격수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데, 한국 선수들은 부심을 바라보며 손만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에 드러났던 현상 그대로였다. 당시 이 의견은 억측으로 치부했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이번 아시안컵의 ‘복선’이었다. 이때부터 벤투 감독의 장악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이다. 대표팀 경쟁을 부추겨도 모자란 마당에 쓰는 선수만 썼다. 부상으로 대체 인원을 발탁해 실험을 시도했지만, 결국 보여주기식 행보였다. 11월 평가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은 그대로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별다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칠레 우루과이 등 세밀한 축구를 구사하는 강팀을 상대로 전방위로 나가는 강력한 압박, 그리고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패스 축구를 선보였던 그 모습은 하루 아침에 온데간데 사라졌다. 실력이 갑자기 줄어든 것일까. 선수단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막내 이승우가 그라운드에서 수건을 걷어찼다. 선수의 행동은 반성해야할 일이지만, 앞서 선수와 감독 사이에 충분한 소통을 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선수라면 나이를 떠나 누구나 경기에 출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팀이라는 명분 속에서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어떻게 선수단과 소통하느냐가 핵심이다. 벤투 감독은 이를 간과했다.
이처럼 벤투 감독의 행보를 두고 이상 징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컸다. 선수단 관리부터 대표팀 내부 경쟁, 손흥민 대체 공격 옵션, 코치진과 선수단 사이 소통 등을 꼬집었다. 무패행진을 달리던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 있지만, 한 번쯤 확인했어야 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나쁜 뉴스’라고 치부하고 “패하면 지켜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의 발끈한 모습은 결국 투정이었다.
나쁜 뉴스는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나쁜 뉴스도 있다. 그러나 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멀쩡한 독에서 이유 없이 물이 새지는 않는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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