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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N딥:풀이]① '방구석1열' 팀 "영화? '별점' 대신 '생각'을 묻는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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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 아나운서, 변영주 감독, 김미연 PD, 윤종신(왼쪽부터)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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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가버나움' 봤어? 그 감독 진짜 대단하더라"로 시작된 인터뷰 사전 토크는 순식간에 '어벤져스' 시리즈와 유럽신화의 연결고리, 금주와 금연의 효과, 정치성향이 다른 친구와의 대화방법,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녀 교육 등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까지 퍼져 나갔다.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던 그 사이 김미연 PD는 "이런 대화 속에서 주제를 잡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뷰가 시작하기도 전에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말의 향연에서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수다는 바로 '방구석 1열'의 힘이었다. 고백하건대, 노트북에 불이 날 뻔한 인터뷰였다.

지난해 8월 처음 시작한 '방구석 1열'은 그간 TV가 영화를 다루던 방식의 고정관념을 깬 프로그램이다. 배우와 감독들을 '모시고' 용비어천가를 읊는 대신,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영화 그리고 영화를 통해 바라본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그마한 방구석 배경이 무색하게, '방구석 1열'의 이야기는 프레임 밖으로 쉴 새 없이 뻗어 나간다.

'방구석 1열'을 만드는 이들의 힘도 컸다. 윤종신은 다른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방구석 1열'에서는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을 맡고, 변영주 감독은 '현역' 영화인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은 물론, '방구석 1열'이 담는 방대한 지식의 창구다. 일명 '영알못'(영화를 알지 못하는)인 장성규 아나운서는 제작진의 '페르소나'인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을 주며 방구석의 편안한 분위기를 책임진다.

JTBC '방구석 1열'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 만난 김미연 PD와 윤종신, 장성규 아나운서 그리고 영화감독 변영주 감독. 이들의 한바탕 수다는 물론 '봉준호 최동훈도 나와달라'는 강력한 섭외 발언, 또 본업인 영화 연출을 위해 프로그램을 떠나는 변영주의 마지막 인사를 담았다.

-JTBC '방구석1열'이 기존 영화 프로그램 달리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변영주) PD가 잘해서.(웃음)

▶(김미연) 좋은 출연자들이 같이 해서 그렇다. 자, 다시.(웃음) 일단 '방구석 1열'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전체관람가'는 영화 마니아, 만드는 과정까지 궁금한 분들이 봤고, '방구석 1열'은 그보다 대중화된 영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사실 너무 개봉작 홍보 위주의 소개에 익숙해지셔서 새로운 게 나오니까 더 관심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제작진으로서는 다행히 영화를 쉽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좋은 분들과 일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 어떤 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내용과 깊이가 굉장히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깊은 분들이 출연하고 있고, 이분들이 추천해준 영화인들과 주제가 잘 매칭이 돼 그동안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전체관람가'에 이어 '방구석 1열'도 모두 영화를 소재로 했다. PD도 관련 공부를 했나.

▶(김미연) 나는 국문과 전공인데, 내 전공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눈으로 보는 매체이지만,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라는 책이 있다. 이걸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은. (웃음) 영화 '동주'를 다룰 때도 내가 배웠던 시들이 많이 나오더라. 그런 면에서도 더욱 깊이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

-장성규 아나운서의 역할도 크다.

▶(김미연) 사실 대본 쓸 때 제가 가장 궁금한 질문을 장성규 아나운서에게 몰아준다. 녹화 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진행할 때 이런 것도 물어봐줘' 하는 역할을 준기도 한다. 영화를 많이 알고, 영화 분야에 계신 분들이 토크를 하다보면 기본적인 것을 넘어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하고, '영알못'을 대신해 궁금한 것을 물어봐주는 나의 페르소나 같은 사람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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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 아나운서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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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 아나운서는 '영알못'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성규)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회차가 거듭될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윤종신) 일단 오늘 옷이 무거운 것 같다.

▶(변영주) 주윤발 콘셉트야 뭐야.(웃음)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장성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시청하시다 보니까, 저를 좀 불편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한참 분위기 좋은데 왜 저런 질문을 할까라는 댓글을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변) 영주 누나나 (윤)종신 형이 가는 길에 방해는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함께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이렇게 느낀다면 내가 방해가 된다 싶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편으로는 더욱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도 나도 나의 역할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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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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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장성규 아나운서를 의지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본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주기도 하고.

▶(변영주) 맞다. 장성규 아나운서의 가장 큰 장점은 듣는 것을 안다는 거다. 그동안 시청자로서 TV를 볼 때 토크쇼에서 제일 필요한데 안 보이는 역할이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말이 다음 말로 연결되도록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컨대 내가 A를 말했을 때 리액션이 있으면 대화가 깊어지는데, 보통은 대개 A-1이 아닌 B로 받아치고 그 간극은 자막이 채워준다. 우리 프로그램은 장성규씨가 있기 때문에 이야이가 끊김없이 이어진다. 이 친구를 믿기 때문에 나나 윤종신씨가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진심으로 고맙다.

-'방구석 1열'이 기존 활동과는 다른데, 출연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뭐였나.

▶(변영주) 나는 출연 조건이 윤종신씨가 출연하면 한다는 거였다. 농담이 아니다.

▶(윤종신) 나도 (변영주) 누나 덕이 컸다. 나는 진행하는 역할도, 중립적인 위치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말하는 MC이고 내 의견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 나는 가끔 이쪽에 있다가, 대화를 통해 설득되면 저쪽에도 있고 싶다. 토론 프로그램보면 설득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나온 사람이 있지 않나. 그건 아니고 싶다. '방구석 1열'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또 듣다가 '그런 생각도 있구나' 배우기도 하고 설득도 되고 싶다. 지난해는 변영주 누나 덕에 많은 걸 느낀 한해였다. 정말 많이 배웠다. 여전히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변영주) 나는 사실 방송을 하는 것이 진짜 싫었고. (일동 웃음)

▶(윤종신) 그런데 방송을 너무 잘해.

▶(변영주) 왜냐면 '방구석 1열'이 목요일에 녹화를 한다고 하면 나는 월요일부터 아무 것도 안 하고 녹화 생각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까, 그러려면 이걸 알아냐 하나? 책도 찾아보고 준비한다. 제작진의 대본도 있지만, 어떤 것은 내가 확신이 없으면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지 않나. 모르거나 틀린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되게 힘든 버릇이다. 녹화 마치고 다시 내 일을 하려고 해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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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PD,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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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윤종신이 출연하면 방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변영주) 윤종신씨와는 다른 일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다. 대화가 너무 재미있더라. 그리고 엄청 부지런한 사람이다. 사실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만 봐도 심하게 부지런하지 않나. 이 사람과 함께 하면 내가 (방송을) 생각하는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윤종신은 정말 재미난 친구다. 같이 술을 마시면 늦게까지 먹는데, 내일 해를 못 보겠다 싶어서 도망친 적도 많다. 윤종신은 술자리 대화 중 나온 영화를 꼭 보더라. 나중에 만나면 '이 영화 봤어?'라고 한다. '방구석 1열'에 특화된 사람이다. '방구석 1열'이 꼭 극장과 TV가 아니더라도 개인 PC, 모바일 기기로 뭔가를 보는 사람에게 친숙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데 윤종신은 딱 맞다. 계속 정보를 얻는다.

▶(윤종신) 계속 정보를 취득하려면 극장보다는 (모바일 등) 플랫폼이 편할 수 밖에 없다.

▶(변영주) 윤종신때문에 한동안 되게 긴장했다. (녹화를 하는) 목요일마다 이 친구가 '누가 그 영화 봤어요?' 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말하는 영화는 대개 사람들이 안 보는 영화들이다. 그래서 열심히 봐야 한다. (웃음) 남들이 보고 좋다는 영화 안 보면 억울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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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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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변영주 감독이 더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을 것 같다.

▶(변영주) (웃음) 맞다. 봐야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득 공통분모들이 나온다. '아 그 감독은 이걸 잘 찍는데 이 영화는 이렇게 표현했구나' 싶고, 대화가 더욱 풍요로워진다. 윤종신과 함께 방송을 해서 좋았던 점 또 하나는 이 친구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내가 A라는 이야기가 필요할 때 딱 그에 맞는 장을 펼쳐준다. '방구석 1열'이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한다면, 그건 다 윤종신 덕분이다. 나도 잊고 있다가 윤종신의 질문 때문에 '아 맞다' 하고 대답할 때가 많다. 어쩌면 나라는 패널을 잘 뽑아먹는 MC인 거다. (웃음)

▶(윤종신) 그건 내가 실제로 변영주 감독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이어서 그렇다. 사실 진행하다보면 내가 궁금하지 않으면 잘 안 묻게 된다. '나는 이런데 (변영주) 누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고, 생각이 다르면 '다르다'고 하고, 누나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이 잘못됐구나 느낄 때도 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탄력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되게 좋다.

-윤종신씨도 이렇게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컸는지 예전에는 몰랐다.

▶(윤종신)나는 플레이어도 재밌어 하지만 기본적으로 창작자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다. 영화는 감독이 영상 매체를 통해서 뭔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트한 영화들 많겠지만, '방구석 1열'은 뭔가를 말하는 영화를 더 선호한다. 2시간 즐겁게 보는 것도 물론 의미가 크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나나 영주누나, 초대한 게스트들의 말이 쏟아진다. 영화를 보고 각자 느낀 점이 오묘하게 각도가 다른 거다. 결국 이 영화는 이런 것이라고 규정짓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영화에 대한 자신의 성향과 맞는 의견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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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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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를 두고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꿀잼고리'라는 공통분모를 찾는다. 접근 방식이 기존의 영화 프로그램과는 다른데, 어떻게 구성하나.

▶(변영주) PD와 작가진이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수다를 떨 수 있다. 기본 구성은 제작진이 준비한 것으로 충분하니까 출연자들은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더 고민해서 온다. 그래서 더 좋다. 공통의 영화를 본 애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떠는 거니까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의 별점은?'이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를 말하는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종신) 영화 '4등' '우리들' 편이 참 좋았다. '1987' 등 영화의 사실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우리들' '4등' 은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

-책임을 진 프로듀서로서 낯선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거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흥행 영화에 익숙하니까.

▶(김미연) 무섭기는 했다.

▶(변영주) 그래서 그런가, 다음 편은 꼭 '명량' 같은 흥행영화를 준비하더라. (웃음)

▶(윤종신) 사실 '명량'을 선정하고 김PD에게 아쉬움을 내색하기는 했다. 당시 주제가 외교였는데 나는 '남한산성'이 더욱 할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명량'은 아주 선명한 영화이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의 각축전이 오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다. '남한산성'만 봐도 과연 누가 옳은지,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작품 선정은 다같이 하는 건가.

▶(변영주) (윤종신) (김미연PD 가리키며) 그건 이분이 하는 거다.

▶(윤종신) 우리는 오더 받고 하는 거다.(웃음)

-아이템 회의는 같이 하는 편인가.

▶(변영주) 종신씨가 '이 영화 어때?' 제안을 많이 한다. 그런데 취향이 굉장히 마이너하다. 우리의 대화를 PD님이 열심히 듣는다. 우리가 수다를 떨면서 '그 영화 봤어?' '그 영화 붙이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하면 잘 듣고 좋은 주제를 만들어 준다. 특히 작가진이 영화 전공자가 아닌게 좋다. 인터넷 뒤져서 나오는 소위 말하는 영화 전문 언어로 쓰인 해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너머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친구들이어서 좋다.

<[N딥:풀이]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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