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239건·철도 124건 순
MB 땐 4대강 이유 227건
27일 한국개발연구원의 ‘2017년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연차보고서’를 보면 1999년 예타가 도입된 이후 2017년까지 685건, 323조2000억원 규모의 예타가 있었다. 정권별로는 이명박 정부 때 227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4대강사업이 본격 진행되던 2009년은 수자원(댐) 분야에서 급증하면서 역대 최다인 63건의 예타가 수행됐다. 분야별로는 도로건설(239건)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철도건설(124건)이었다. 이어 문화·관광·건축(82건), 수자원·댐(57건), 항만(43건) 등이었다.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취지였던 만큼 예타는 깐깐했다. 685건의 사업 중 ‘경제적 타당성(비용 대비 편익 비율인 BC≥1)’을 확보한 사업은 47.4%에 그쳤다. 철도는 40.0%, 도로는 46.0%에 불과했다. 경제성 평가가 가장 높았던 항만도 62.8%에 불과했다.
예타는 경제성 외에 정책성, 지역균형발전도 함께 고려해 종합평가(AHP)로 결론을 낸다. 685건 중 ‘종합평가 타당성(AHP≥0.5)’을 통과한 사업도 63.3%에 그쳤다. 사업 3개 중 1개는 정책적, 지역균형발전적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투자효율이 떨어져 진행하기 힘든 사업이라는 얘기다. KDI는 지난 19년간 예타를 통해 부적절한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시킴으로써 141조221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예타는 정책 판단을 돕는 사전 작업이지만 실제 정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정부로서는 예타 결과를 무시하고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추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타 면제는 원래 공공청사의 신·증축, 문화재 복원, 국가안보, 남북교류협력, 재해복구 지원 등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예타 면제 사유를 재해예방, 지역균형발전 등까지 확대했다. 4대강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꼼수였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는 “과거에 일본이 예타를 면제하고 인프라 사업을 많이 하다 고속도로에 다람쥐가 지나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예타가 제도상 한계도 있지만 무분별한 대형사업을 막고 예산효율화에 기여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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