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면제 신규사업 발표… 경실련 “나눠먹기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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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해 ‘충청권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을 언급했다. “대전 지역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간 고속도로,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등에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울산과 경남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각각 울산외곽순환 고속도로와 남부내륙고속철도 등에 대한 예타 면제를 암시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8일 전북 익산을 찾아 “전북이 원하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과 상용차 혁신성장 구축산업을 위한 예타 면제 결정이 이달 안에 이뤄진다”며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언급에 지역 언론들은 이미 “전북도민의 최대 염원인 새만금국제 공항 개항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신중히 처리돼야 할 예타 면제사업 선정이 다분히 선심성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부진과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명분을 강조하지만, 정부 스스로 마치 선물을 나눠주듯 지역 숙원사업을 콕 찍어 미리 언급하면서 면제 시에도 엄격한 요건을 거치도록 하는 예타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에 반영될 각 지방자치단체 예타 면제 신규사업 발표가 29일로 예정됐다. 예타 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광역지자체별 1건'을 약속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예타는 국가예산이 300억원 이상(사업비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때 사업성과 지역균형발전 여부 등을 사전에 따져보는 제도다.
이미 지자체들은 61조원이 넘는 33개 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사업별로 최소 2,343억원(전북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 사업)에서 최대 10조원(경남 부산 제2신항 건설 사업)이 들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지자체별 최소 1건”을 말한 만큼 최소 16~17개 사업이 선정될 걸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예타 면제로 최소 20조, 최대 42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자체별 최소와 최대 규모 사업을 각각 골라내 추산한 결과다. 최근 5년간 예타 면제 사업 규모(4조7,333억원)의 4.2~8.9배에 달한다.
야당 시절 예타 면제를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면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이미 30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고, 이번 발표에 따라 최대 42조원이 더해지면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는 이명박 정부(60조원)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예타 사업은 기본적으로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 평가항목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경제ㆍ사회적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목적,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된 사업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예타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경실련은 “4대강에서 보았듯 무분별한 토건사업 추진은 결코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혈세낭비를 부추겼다”며 “지자체별 예타 면제 나눠먹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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