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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자의대생 13.8% 신체적 성희롱…“화장실 몰카범 범죄사실도 학교가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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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술자리에서 여자 후배를 만지는 선배가 있었는데 학교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냥 조심하라는 정도로 넘어갔다.”

“화장실 몰카범이 있었다. 범죄사실이 발각됐는데 학교에서 막았다. 학교에서도 만약에 이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뉴스에 나오면, 입시점수도 엄청나게 떨어지고 학교 자체가 엄청나게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문제를 숨겼다”

여자 의대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학연소에 의뢰에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밝힌 내용들이다. 한 학생은 “1학년은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숙사는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문이 잠긴다. 선배들이 일부러 12시쯤 술자리에 부른다. 그러면 기숙사에 못 들어간다.”며 “실제 동기 중한 여학생이 남자 선배가 불러서 술자리에 갔고 결국 그 남자 선배 집까지 억지로 끌려갔다가 도망쳐 나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조사는 국내 40과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완의 여학생 743명, 남학생 1017명을 통해 설문, 심층면접등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이나 불쾌한 행동을 경험한 응답자는 194명(11.1%)이다. 성별로 나눠 보면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남학생은 5.7%(58명), 여학생은 18.3%(136명)로, 여성이 남성의 3.2배 수준으로 높았다.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남학생 44.5%(453명), 여학생 72.8%(541명)로 집계됐다.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가 높았다.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872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9.5%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20명(6.8%)으로 적지 않았다.

폭력과 강요, 성차별, 성희롱 등을 경험한 학생의 3.7%만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했다. 신고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는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42.6%), ‘공정하게 문제가 다뤄질 것 같지 않아서’(31.9%) 등이 꼽혔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인권의학연구소는 학교 측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도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 데 이번 조사의 의의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 전화했는데도 학교 당국 차원에서의 협조가 거의 없었다”며 “학교 측의 이런 무관심은 권위주의 구조에서 고통받는 학생들의 현실에 눈을 감는 처사이자, 학교의 문제점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폐쇄적 학사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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