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가 24일 안태근 전 검사장의 1심 판결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서 검사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서초=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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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촉발한 서지현 검사 "검찰 개혁 없이는 미투 성공 못해"
[더팩트ㅣ서초=임현경 기자] 검찰 내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을 폭로하며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유죄 판결에 대해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전날 안 전 검사장이 1심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었으나, 서 검사의 도착이 늦어지자 그의 변호인인 서기호 변호사가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해석 및 민사 대응 계획 등을 알렸다. 서 검사는 오전 11시 22분께 거친 숨을 몰아쉬며 회견장에 나타났다.
서 검사는 "급하게 병원을 다녀오느라 늦었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서 변호사는 "서 검사님이 거짓말로 점철된 수사 기록을 일일이 반박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메스꺼워서 구토를 하기도 하고, 응급실에 실려갈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간에 몸이 아파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링겔 주사를 맞으며 투혼을 발휘해 진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데 이 당연한 결과, 진실을 밝히는 길이 너무나 험하고 힘들었다"며 "검사로서 진실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의 검사로서, 피해자로서 1년 동안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의 심적 고통 탓에 건강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기호 변호사가 서 검사가 입장하기에 앞서 사건 경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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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지난해 연말 증거기록열람신청이 받아들여져 기록을 보게 됐는데, 지금껏 형사법상으로 열람권이 보장된 피해자에게는 (관행상) 본인 조서 외에 다른 기록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인지, 조직 충성심 아니면 출세 욕구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사와 수사관들이 명백한 허위진술을 너무 많이 한 것을 보고 굉장히 처참했다"고 했다.
그는 "검사로서 많은 사건을 봐왔고 수사했지만, 검사와 수사관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검사는 정의로운 사람이고, 검찰은 정의를 바로세우는 독립된 국가기관이라고 배웠다. 그런 검사들의 편향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 재판부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마지막에 제가 낸 (증거기록을 열람한 뒤 허위진술을 직접 반박한) 진술서가 유죄 입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피해자의 기록 열람권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가 더 넓게 인정돼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미투' 고발자에 대한 은폐와 모함을 지적했다. 서 검사가 이날 기자회견 중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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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미투' 고발자에 대한 조직의 은폐와 모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빙상계를 비롯한 체육계 성범죄 사건이 폭로되고 있다. 문화계·예술계·체육계 모두가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 왜 이렇게 화들짝 놀라는 척 하느냐"며 "제가 성범죄 피해를 얘기하고 미투를 애기했을 때 다들 저를 이상한 취급했다. 마치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사회가 미투를 받아들이는 것이 놀라웠다"고 역설했다.
그는 "검찰은 저를 조직의 수치, 국가의 수치라고 부르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모함하고 있다. 제가 후배 뺨을 때렸다, 재판을 간다고 하고 다른 데 놀러갔다 등 헛소문이 돈다고 한다"며 "검찰의 '서지현 죽이기'를 명백히 본 다른 피해자들은 입을 열지 못한다. 검찰은 '서지현이 배신자다',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며 다른 조직원의 입을 막는 것이다"고 규탄했다.
또 "미투의 성공은 검찰 개혁에 있다"며 "성범죄가 만연하고, 성범죄자에 관대하며, 이 사실을 은폐하는 검찰이 지속되면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의 양승태가 바로 안태근였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전 검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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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검찰 스스로 개혁하길 바래서 폭로한 것이지만, 내부 개혁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공수처 같은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양승태가 바로 안태근였다. 검찰 주류는 아직 우병우-안태근 라인이 차지하고 있다"며 "검찰은 법원 개혁으로 관심을 돌려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멋진 검찰을 제가 뭐라고 자랑스럽지 않다 얘기하겠느냐"고 꼬집으며 "저는 검찰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끝으로 "검찰의 범행 조장과 은폐에 대한 대처는 의논 중에 있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라며 "가해자를 처벌하려 하지 않고 '꽃뱀·창녀'라며 피해자 죽이기에 앞장서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얼굴에 무슨 성추행을 당하느냐' 같은 댓글이 아직까지도 있다"며 "이제까지 피해자들은 직접 가해자들과의 다툼에 바빠 2차 가해에 대처하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엄벌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앞으론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전날(23일)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에 대한 추행 사실을 덮기 위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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