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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성추행 뒤 인사보복’ 안태근, 징역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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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미투 폭로’ 1년 만에

법원 “직권남용 유죄” 법정구속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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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53·사진)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확산되는 단초가 된 서 검사 폭로 이후 1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안 전 검사장 혐의(직권남용)를 유죄로 보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했고, 안 전 검사장은 이를 인식했다고 봤다. 검찰 내 소문이 퍼져 자신의 보직 관리에 방해될 것을 우려해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례식장에 있던 검사들, 서 검사와 함께 일하던 검사들이 서 검사로부터 성추행 이야기를 들었다는 진술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서 검사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 “안태근, 성추행 인지”…서지현 “가해자에 경고, 피해자에 용기”

안태근 “보고 못 받아…항소”

재판부 “최교일, 사건 은폐”


안 전 검사장은 만취해 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는 자리에서 만취해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먹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을 수행한 비서관도 피고인이 만취한 것을 못 봤다고 진술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정돈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안 전 검사장에게 ‘술을 먹고 사고 치지 말라’는 말을 해 안 전 검사장도 서 검사의 피해 사실을 알았고, 부장검사가 지청장을 맡는 부치지청(여주지청)에서 부치지청(통영지청)으로 서 검사를 전보하는 등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안이 만들어진 것도 안 전 검사장 지시로 이뤄졌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해 검찰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보호받아야 하는 피해자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며 “(서 검사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검찰 인사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저버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 구형량도 징역 2년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사건 은폐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최 의원은 서 검사 폭로 이후 만들어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끝내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최 의원에게 성추행 사실을 통보했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진술 등이 있다”며 “최 의원이 임은정 검사의 (성추행) 진상조사를 막고자 하는 행위를 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2010년 12월 당시 임은정 검사가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려 하자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네가 왜 들쑤시고 다니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판결은 ‘미투’가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된 계기였던 서 검사 사건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서 검사의 피해 사실 공개는 성폭력 범죄에 단죄를 내려야 할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 ‘인사 불이익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했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졌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조계에선 ‘과연 유죄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서 검사 폭로 이후 만들어진 조사단이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끝에 기소가 이뤄졌다. 안 전 검사장에게 적용된 죄명이 최근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리는 ‘직권남용죄’인 데다가,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현직 검사이기 때문에 안 전 검사장에게 유리한 재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피해자인 서 검사가 법정에 나가 진술할 의사를 밝혔는데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한 점은 이번 1심 재판의 한계다. 다만 재판부가 직권남용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서 검사에게 ‘피해자 지위’를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서 검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기존의 그리고 앞으로의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검사로서 정의를 말하는 것, 진실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밝혀지고야 만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이 역사적인 판결은 미투 운동에 함께한 모든 이들의 승리”라며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자들이 힘겹게 견뎌온 시간을 외면하지 않는 사법부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일반 직장에서도 상사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서 검사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불이익·2차 가해를) 못 견디고 직장을 나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은 선고 직후 “서 검사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까지 알지 못했고, 검찰국장이 평검사 인사를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며 항소하겠다고 했다.

이혜리·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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