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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류덕환 "치열함 때문에 생긴 배우병, 이제 내려놨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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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류덕환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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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2010년 시즌1이 첫 방송된 후 꾸준히 새 시즌으로 시청자를 찾던 ‘신의 퀴즈’였지만 주인공인 한진우 역을 연기한 류덕환이 입대하면서 시청자들은 시즌6까지 4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온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극본 강은선·연출 김종혁)’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류덕환의 열연에 힘입어 역대 시즌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류덕환은 명불허전 맹활약을 펼치며 극을 이끌었다.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의 엘리트 의사들이 미궁에 빠진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고 희귀병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신의 퀴즈:리부트’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만큼 어려운 단어와 어마어마한 대사량으로 류덕환을 힘들게 했다.

특히 류덕환이 분한 한진우는 10세에 카이스트에 입학한 천재 의사이기에 연기하기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인터뷰에서도 투정을 부린 그였지만 그의 투정에서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왔다.

류덕환은 “‘신의 퀴즈’는 시리즈물이다 보니 원래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셨던 색깔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시대가 계속 변하고, 오랜만에 새 시즌이 나오니 아직도 좋아해 주실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다행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시즌제로써 일군 결과에 대해 뿌듯하고, 믿어준 OCN에도 감사하다”고 작품을 무사히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즌 탄생 배경에는 OCN의 믿음도 있었겠지만, 청원까지 할 정도로 새 시즌을 기다린 시청자들의 지지가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류덕환 전역 후 그의 기사 댓글마다 ‘신의 퀴즈’ 이야기가 등장할 정도로 류덕환의 한진우를 기다린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류덕환은 “좋은 기분과 저에 대한 안타까움이 같이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연히 좋았다. 전역 후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고, 저를 기다려주는 작품이 있다는 것에도 굉장히 감사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저는 ‘신의 퀴즈’만 해야 하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 이 작품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함이 크다 보니 걱정 같은 건 작품을 하면서 차츰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시즌제 드라마이고 같은 캐릭터를 맡는다고 해서 늘 똑같은 연기를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바뀔 수도 없었기에 이러한 고민들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이번 시즌 류덕환의 가장 큰 숙제였다. 하지만 류덕환은 숙제를 완벽히 해냈고 시청자들도 “역시 류덕환”이라며 극찬했다. 그럼에도 류덕환은 “레포트를 쓰긴 다 썼고 교수님은 칭찬해주는데 왠지 A+는 안 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마냥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대사와 분량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부담감이 큰 작품이지만 계속해서 류덕환이 ‘신의 퀴즈’에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팬이었다. 그는 “일단 ‘신의 퀴즈’라는 드라마와 한진우, 강경희(윤주희)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기다리는 팬분들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 매번 느끼는 건데 일기를 몰아서 쓰는 느낌이 든다. 가끔 미루기도 하지만 써야 하는 느낌, 그리고 어쨌든 지나고 보면 추억이 남는다는 것. 그런 사명감도 있다. 몰아서 썼든 차근차근 썼든 나중에 봤을 때 추억이 되다 보니 못 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출연 계획을 묻자 류덕환은 단호하게 “오늘 대답은 ‘안 한다’다”라고 답했다. 그는 “저는 항상 매 시즌 안 한다고 했다. 사실 배부른 소리이고 투정인데 대사 외우기가 너무 힘들다. 매 시즌 ‘왜 했나’ 후회할 정도다. 난 천재가 아닌데 자꾸 천재 역할을 하라고 하니까.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지금은 잠깐이라도 끝났다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고 오늘의 나는 ‘다음 시즌 절대 안 한다’고 대답할 거다.(웃음) 시즌2에서는 한진우가 죽으면서 끝났는데 살아날 줄은 몰랐다. 매번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더라. 제가 모든 스태프한테 ‘‘신의 퀴즈’의 저주다. 끝날 것 같지만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류덕환의 마음속에는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이 분명 있었다. ‘신의 퀴즈’의 뼈대를 만든 박재범 작가에 대한 강력한 믿음 때문이었다. 박재범 작가는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신의 퀴즈’를 집필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크리에이터로만 참여했다.

류덕환은 “박재범 작가와의 호흡이 조금 더 ‘신의 퀴즈’스러운 게 있다. 지금의 작가님들을 못 믿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박재범 작가가 지휘만 하는 정도로만 참여한다면 저는 거기에 더 이상 못 기댈 것 같다. 재범이 형이 어느 정도는 타이핑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드라마의 구조, 뼈대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들어와서 본인의 손가락, 머리로 쓰는 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런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즌제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류덕환은 2017년 12월 전역 후 한 해 동안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 이어 ‘신의 퀴즈:리부트’까지 바쁘게 달려왔다. 입대 전후로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많다는 류덕환은 “최근 세 작품에서 전 대충했다. 이 말의 진심은 ‘최대한 고민 없이 즐기면서 했다’는 거다. 제가 그전에는 ‘배우병’이 있었다. ‘난 배우니까 준비 이만큼 왕창 해야지’ ‘감정신 할 때 아무도 저 건들지 마세요’ 이런 게 있었다. 그런데 전역 후 작품 같은 경우는 달랐다. 상대방의 연기에 맞게 움직이고 싶었다. 연기할 때 항상 저는 상대방에게 주기 바빴다. 이번에는 상대 배우가 연기를 해주면 저는 솔직하게 거기에 맞게 움직였다. 주는 걸 잘 받아먹고 내 거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류덕환이 이러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군대와 공백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지쳤다는 그는 “저는 저 자신을 너무 옭아맸다. 저 자신에 대해 만족을 못 하고 채워진 부분도 채우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자꾸 모자란다고 생각해서 치열하게 연기했다. 예전에는 어깨가 올라간 채로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많이 내려놓게 됐다. 나를 너무 힘들게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류덕환은 MBC 새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4월 안방극장을 다시 한번 찾을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류덕환이 다시 한번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선택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얻을 것 같아서” 이러한 류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류덕환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하고 싶은 작품들을 보면 ‘공감성’이 가장 큰 것 같다. 물론 어두운 이야기도 좋고 코미디도 좋고 로맨틱 코미디도 좋지만 저는 ‘사회적인 면에서의 공감성’이 없다면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저도 멋있게 나올 수 있는 작품들을 해보고는 싶지만 아직까지는 감정적인 노동을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이런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고 전하며 차기작에서의 그의 모습도 기다려지게 했다.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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