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와 대리인 서기호 변호사는 최근 안 전 검사장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에게 공판을 재개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서 검사는 사건기록을 열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피해자진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며 피해자진술을 하기로 지정된 기일을 미뤄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17일 재판을 끝냈다.
이후 서 검사 측은 사건기록을 열람해 검토했다. 그 결과 여러 검사들이 서 검사의 업무실적·인간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인사 보복이 아니라는 안 전 검사장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모 검사 등은 서 검사가 세평과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통영지청으로 발령됐다고 진술했다. 신 검사는 안 전 검사장 밑에 있으면서 인사 실무작업을 했던 사람이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 검사는 공판 재개 요청과 함께 재판부에 낸 피해자 진술서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 검사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확인 결과 검찰에서 정식으로 소위 문제검사를 대상으로 작성한 세평은 없었다”며 “또 검찰은 실적과 평정, 인사가 별개로 진행된다”고 했다. 실적이 좋아도 평정이 좋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평정이 좋더라도 희망근무지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서 검사는 “저는 여주지청에서 수석검사로 근무하면서 소위 ‘깡치사건’(복잡하고 어려운 사건) 위주로 매우 많은 사건을 처리했음에도 장기사건 없이 사건을 처리하고 구속, 인지 실적도 좋았다”며 “그러나 평점은 육아휴직, 부당한 상관 지시의 불이행 등으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처리 때 윗선의 부당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게 평정에 영향을 미치고 ‘문제가 있다’고 왜곡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0년 청목회 로비 수사 때 사례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서 검사는 “동료 검사들이 거짓 진술을 한 것을 본 이후 저는 극심한 공황장애, 불면증, 위경련 등을 겪어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이나 진술서 작성이 불가능했을 정도였다”고 진술서에서 밝혔다. 서 검사는 이어 “제 일을 검찰 개혁의 작은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랬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잘 받으려고 벌인 일이다, 정치를 하려고 저러는 것이다’라고 저를 매도하기에 급급하고 어떤 개혁 시도도 하지 않는 검찰을 보면서 검찰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마지막 희망은 법원”이라며 “범죄자들이 반성하기는 커녕 성범죄 후 보복을 일삼고 피해자를 음해하고,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버리는 현실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어떻게든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공판을 재개할지 여부는 재판부가 결정한다.
피해자가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재판을 끝낸 법원 결정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기록을 직접 검토하고 피고인 주장을 반박하기 시작하면 마치 ‘검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돼 부적절하고, 피해자진술권에 사건기록 열람이 반드시 선행될 필요도 없다는 근거를 댔다.
그러나 박미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진술할 때 변호인 조력 뿐만 아니라 사건기록도 볼 필요가 있다는 데 반대의견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자가 형사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회복적 사법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범죄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신진희 변호사도 “피고인은 모든 기록을 보고 방어를 하는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묻는 말에만 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의 기록 열람등사권은 오랫동안 논의가 됐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