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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성적대상화 소설’ 강동수, 문화재단 대표 취임…부산시 “취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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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설 ‘언더 더 씨’ 표지


소설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을 빚은 강동수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58)가 부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강 교수가 공공기관 대표이사로는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부산문화재단은 제6대 신임 대표이사에 강 교수가 취임했다고 17일 밝혔다. 강 교수는 지난 연말부터 진행된 공모과정과 임원추천위원회로 최종 후보자로 추천됐다. 전날 이사회를 거쳐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강 교수는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국제신문 논설실장,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거쳐 현재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앞으로 2년간 재단의 업무를 총괄한다.

소설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하면서 남성중심주의적인 편향된 관점을 가졌다고 평가받은 강 교수가 공공기관 대표를 맡은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광역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부산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창작기반 조성, 시민을 위한 문화서비스를 확대해왔다.

강 교수 소설 ‘언더 더 씨’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지금쯤 땅 위에선 자두가 한창일 텐데, 엄마와 함께 갔던 대형마트 과일 코너의 커다란 소쿠리에 수북이 담겨있던 검붉은 자두를 떠올리자 갑자기 입속에서 침이 괸다. 신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 성화에 엄마는 눈을 흘기면서도 박스째로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오곤 했는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콤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이중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많은 독자들은 “여고생이 과일을 보고 자신의 가슴을 연상하지는 않는다”며 “남성중심주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와 출판사 측은 “성적 대상화 의도가 없었다”며 맞섰지만 추후 입장을 철회했다.

시민단체들도 강 교수의 대표이사 선임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강 교수가)사과문을 발표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에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수락한 건 독자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문화재단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근거와 인선과정을 밝혀야 한다.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은 투철한 젠더의식을 가지고 문화예술계 성평등 향상, 성폭력문제 해결에 앞장설 인재를 원한다”며 대표이사 선임 재고를 촉구했다.

부산문화재단 측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재단이 대표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것은 없다. 별도로 구성된 임추위와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 측은 선임 취소 등 별다른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광역시청 관계자는 “선임 과정에서 문제로 여겨지는 부분이 보고됐다”면서도 “강 신임 대표이사가 추후 페이스북에 문제에 대해 사과한 점, 세월호 문제에 깊히 가슴 아파했던 칼럼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선임을 취소할 계획은 없다”며 “부산문화재단이 성평등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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