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열린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세계 경제와 국내에 미칠 전망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영국 하원의원 639명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 차로 부결됐다. 이는 영국 의정 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정부가 의회에서 패배한 기록이다. 이에 따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승인투표 부결에 따라 오는 3월29일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브렉시트를 실행하는 이른바 ‘노 딜’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영국 및 EU와 교역관계를 맺은 나라들은 영국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이 불가피하다. 그동안은 영국이 EU에 속해 있어 제3국과의 관계 형성에서 EU의 규정을 따르고 있었지만, ‘노 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은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각국과 별도의 관계를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영국과 수입과 수출 시 관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이 새롭게 부과돼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16일 오후 2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 주재로 외교부, 산업부, 기재부, 관세청 등이 포함된 관계부터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우선 영국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탈퇴에 따른 새로운 관세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한·영 FTA를 준비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3월29일부터 시작되면 협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영국의 교역 규모는 2017년 사상 최대치인 14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EU FTA 효과다. 현재 영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한·EU FTA의 관세 인하와 통관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고 있는데,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다시 인상된 관세와 복잡한 통관·인증절차에 직면할 수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 중 승용차 관세가 무관세에서 최대 10%, 자동차부품은 무관세에서 최대 4.5%로 오를 전망이다. 선박은 0.56%, 항공기부품은 1.7%로 인상된다. 지난해 1억5000만 달러 상당을 수입한 스카치위스키도 무관세에서 20%로 바뀐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중계도 영국 위성방송사업자가 국내에 직접 전송하는 대신 국내 방송사업자를 거쳐 전송해야 하므로 절차가 늘어나며 시청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달라진 수익 구조로 영국과 한국 사업자 간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EPL 중계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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