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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 반세오, 스프링롤, 채소볶음이 어우러진 후에 식당의 '박항서 세트'.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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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60) 감독에게 한국 팬이 붙여 준 별명은 ‘쌀딩크’다. 쌀국수가 명물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이다. 재미있게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쌀딩크 덕분에 뜬 쌀국수 음식점도 있다. 하노이 서부 로컬 음식점 ‘후에(Hue’) 레스토랑이다. 박항서 감독이 자주 출몰한다는 입소문이 나자 손님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교류·협력을 돕는 한아세안센터의 판 더 땅(Phan The Thang) 부장의 제보로 하노이 식당 후에를 지난 8일 찾아갔다. 마침 이날은 베트남 대 이라크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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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은 연일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며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선 히딩크 감독에 빗대 '쌀딩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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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직원 란(lan)은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갑게 맞으며 “박 감독의 단골집”이라고 레스토랑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귀찮게 해도 박 감독은 항상 친절하다”면서 “사람들에게 박항서 단골집이라고 알려져서 장사가 더 잘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박 감독이 자주 먹는 메뉴를 아느냐고 묻자 어렵지 않게 메뉴판에서 척척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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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하노이 단골 식당 후에.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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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 ‘박항서 메뉴’로 꼽은 음식은 매운 쌀국수 ‘분보’, 시금치 볶음, 월남쌈 ‘고이 꾸온’ 과 베트남식 빈대떡 ‘반세오’였다. ‘박항서 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음식끼리 궁합도 잘 맞는 모양새였다. 박항서 메뉴 중에 후에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음식은 쌀국수 분보였다. 베트남에서는 쌀국수면 ‘포’와 ‘분’을 구분한다. 포는 쌀가루 푼 물을 말려 잘라낸 면을 뜻하고, 분은 쌀가루 익반죽을 체에 걸러서 만든다. 후에의 분보는 면발이 둥글고 탱글탱글한 분을 매큼하게 양념한 소고기 국물에 말아낸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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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단골 식당을 찾는다면 베트남식 빈대떡 반세오를 꼭 맛보자.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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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은 반세오였다. 쌀가루 반죽에 삼겹살과 새우살 등을 넣어 구워낸 빈대떡이다. 라이스 페이퍼에 고수나 민트 등 갖은 채소를 얹고 반세오 한 점을 툭 얹어다 피시 소스에 콕 찍어 먹으면 된다. 해물전을 쌈 싸 먹는 듯했다. 담백한 반세오와 새콤달콤한 피시 소스의 어우러짐이 좋아 계속 손이 갔다. 가격은 메뉴 하나에 우리 돈 3000~50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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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박항서 룸으로 통하는 3층 16번 테이블.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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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달마다 한 두 번은 꼭 후에를 찾는다. 방문할 때마다 앉는 자리도 정해져 있단다. 3층 16번 테이블이다. 최대 8인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이다. 박 감독의 흔적을 좇을 겸, 베트남 로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하노이 여행 때 후에 식당을 들러봄 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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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트남 3대 쌀국수집 중의 하나인 포10리쿠옥쓰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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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10리쿠옥쓰 직원과 기념 촬영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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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는 또 다른 ‘셀럽’ 식당도 있다. 2018년 3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아침 식사를 했던 쌀국수집 ‘포10리쿠옥쓰(pho 10 Ly Quoc Su)’다. 문 대통령이 들른 식당은 하노이 시내 유명 쌀국수 전문점으로, 한국 관광객에게도 ‘하노이 3대 쌀국수집’ 중 한 곳으로 알려진 명소다. 문 대통령이 맛봤던 약 3000원짜리 소고기 쌀국수는 ‘문재인 쌀국수’로 알려져 하노이를 찾는 여행객이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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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끼엠 호수 근처 포10리쿠옥쓰.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띈다.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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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10리쿠옥쓰는 하노이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방문한 곳은 하노이 서호(Ho Tai)에 가까운 지점이다. 여행객은 볼거리와 맛집이 몰려 있는 호안끼엠 호수 근처 포10리쿠옥쓰를 많이 찾는다.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쌀국수집을 방문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식당은 인산인해였다.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식당이기도 하고, 여행객 사이에도 버킷 리스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맛집이어서 벌써부터 식당 밖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테이블 회전이 빨라 10여분 기다린 끝에 자리에 앉아 문재인 쌀국수를 맛볼 기회를 얻었다.
포10리쿠옥쓰 쌀국수는 지금껏 한국에서 맛봤던 쌀국수는 모조리 짝퉁이었다고 느껴질 만한 맛이었다. 진하고 담백한 국물 한 모금에 우리나라 초겨울처럼 쌀쌀한 하노이의 추위가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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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소고기 국물 맛이 일품인 쌀국수.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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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이드 남(Nam)은 “쌀국수의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포10리쿠옥쓰 맛의 비결을 알려줬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라 하면 무엇보다 ‘국물’이 중요한데, 소고기를 6~7시간 우려서 국물에 고기의 단맛이 충분히 배어 나와야지 진짜 쌀국수 국물이라 할 수 있단다. 부드러운 면발은 진한 국물을 즐기기 위한 곁가지일 뿐이다. 국물에 토핑을 넣어 다양한 맛의 조화를 느끼기도 했다. 라임즙을 뿌리고, 땡초나 식초에 절인 마늘을 넣거나 칠리소스를 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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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식당. 양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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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쌀국수집마다 고기 비린내를 잡는 방법이 다른데, 수많은 언론이 취재했지만 이 집의 비법을 밝히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남의 얘기를 듣고 국물 맛을 음미해보니 생강이나 계피 맛이 나는 것도 같았다.
이 집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끓는 물에 살짝 익혀 핏물만 제거한 쇠고기 토핑을 얹어주는 따이(Tai), 수육만큼 푹 익힌 쇠고기를 올린 친(Chin)이다. 가격은 모두 6만동(2800원).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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