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논란된 ‘안전장치’ 피하겠다 밝혔지만 의회는 ‘싸늘’
시민들, 부결 때 ‘노딜 브렉시트’ 대비 식품·의약품 사재기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인준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영국 시민들이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런던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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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에 대한 의회 인준투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막판 지지 호소에 나섰다. EU도 브렉시트 합의안 중 가장 반발이 큰 ‘백스톱(안전장치)’ 적용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큰 표차로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실시될 경우에 대비해 일부 시민들이 식품과 의약품을 사들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다.
메이 총리는 15일 오후 7시 하원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 설득 작업에 총력전을 폈다. 그는 이날 오후 의회를 찾아 “합의안이 완벽하지 않지만 후대 역사가들이 역사를 기록할 때 오늘의 의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보자”고 반대파에 호소했다. 합의안이 100% 만족스럽지 않아도 현재로선 질서 있는 EU 탈퇴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밤에는 여당인 보수당 백벤처(초선 또는 평의원)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제러미 코빈(노동당 대표)이 총리가 되는 걸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코빈 대표는 합의안 부결 후 메이 총리 불신임안 표결을 밀어붙여 조기총선으로 가려고 한다. 메이 총리가 여당이 단결하지 않으면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압박 메시지다.
영국 정부가 이날 공개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의 공동서한도 반대파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 앞으로 보낸 이 서한에서 융커 위원장과 투스크 의장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EU 역시 ‘백스톱’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만약 적용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종료시키겠다”고 밝혔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으로, 보수당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이를 EU에 대한 영국의 종속이라고 간주한다. EU 서한은 ‘백스톱’ 조항과 관련해 EU가 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총리의 노력과 EU의 지원에도 의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BBC는 “다수의 보수당 의원들과 DUP 의원들의 반대 의사는 요지부동”이라면서 “보수당 의원 중 100여명과 DUP 소속 의원 10명이 노동당과 손잡고 합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100표 이상의 의결 표차는 1924년 이후 세 차례뿐이다.
이날 저녁 상원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반대 321표, 찬성 152표로 부결된 것도 악재다. 상원 표결은 하원 표결에 구속력이 없지만 의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CNN은 일부 영국 시민들이 ‘노딜’ 상황을 우려해 ‘브렉시트 박스’를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박스는 ‘이머전시 푸드 스토리지’라는 업체가 만든 것이다. 한화로 42만5000원인 이 박스에는 60개의 냉동건조 식품, 정수 필터, 점화기 등이 들어 있다. 이 회사 제임스 블레이크 대표는 “지금 예측 가능한 혼돈 상황을 고려하면 브렉시트는 잠재적인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EU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식품과 의약품 공급이 통행·통관 문제 때문에 지연되거나 막힐 수 있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는 지난주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공급업체와 협력해 통조림 음식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CNN은 “트위터나 레딧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물품 부족에 대비해 누리꾼들이 미리 사두어야 할 물품들의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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