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자유한국당 조사위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설립의 법적 근거가 생긴지 4개월 만에 위원 3명을 늑장 추천했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당초 문제가 된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위원명단에서 빠졌지만 이들도 5·18에 참여한 시민들을 선동에 휩쓸렸다고 표현하는 등 그동안 밝혀진 진실과 거리가 먼 내용을 주장한 이력이 있어서다.
한국당이 14일 추천 확정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은 육군 중장 출신의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현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 수원지방법원 판사 출신의 차기환 변호사 등이다.
한국당은 "5·18 관련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이들을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 발언이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지금까지 정부 차원 조사로 밝혀진 진상 등을 부인하고 폄훼해 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세 위원 중 비상임 위원으로 추천된 이 전 기자는 1996년 '월간조선'에 쓴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기사는 1995년 11월부터 1996년 2월 사이 보도된 5·18 관련 기사들에 대해 '오보·과장'이라고 쓴 반박 기사였다. 기사에서 그는 5·18을 '광주 사태'라고 표현하며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 등이라고 썼다. 이 기사 때문에 5·18 관련 단체들로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받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서 그는 불특정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사격과 성폭행, 고문 등이 사실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확인된 성폭행만 17건이라고 밝혔지만 이와 상반된다.
이 전 기자는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인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주최 강연에서도 5·18을 소수 선동가에 의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2013년 6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갑제 현대사 강좌'에서 그는 5·18에 대해 "소수 선동가에 의해 다수 대중이 휩쓸린 사태가 본질"이라고 표현했다.
5·18 당시 가두 방송을 한 전옥주씨에도 이 전 기자는 "직접 관계가 없는데 본능적으로 선동가 기질이 발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씨는 5·18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이요원이 맡은 박신애 역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차 변호사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출신인 그는 활동 중 세월호 유족을 비난하는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글을 퍼 날라 특조위를 방해한다고 비판받은 이력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변호인도 맡았다.
차 변호사는 5·18과 관련해서도 2012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군 광주 5·18 남파설' 관련 극우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한국당 일각에서 추천 움직임이 나왔던 지만원씨도 북한 특수부대원의 5·18 개입설을 퍼트린 점이 문제가 됐는데 비슷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가 조사위원으로 추천된 셈이다.
차 변호사는 당시 SNS에 "많은 민간인 사망자들이 진압군이 쓰는 M16이 아니라 M1이나 칼빈 탄알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 1987년 청문회와 사망진단서로 밝혀졌다"고도 적었다. 5·18 당시 사망자 검시 과정에서 신군부가 사망 원인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왜곡 가능성이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차 변호사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히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5·18 희생자들을 기리고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대한민국 정치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임 위원인 권 전 사무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육군 소위에 임관돼 그 딸인 박 전 대통령 때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돼 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보수성향이 강한 예비역 장성모임 성우회의 정책자문위원도 지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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