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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보다 빛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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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스윙 덕에 인기 얻었지만

잡초처럼 성장한 인간 승리 뭉클

생존 위한 기싸움 탓 주변과 불화

화해 통해 한국 골프 리더 되기를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 그는 ’간절함을 담아 최선을 다해 미국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즐거움을 주 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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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스윙’ 최호성(46)이 미국에 간다. 그는 2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에서 벌어지는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초청받았다. 다른 PGA 투어 대회에도 나갈 수 있을 걸로 예상된다. 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 그를 초청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5000명을 넘었다.

최호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이전엔 본 적 없는, 투어프로의 스윙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특이한 스윙을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기계처럼 완벽한 스윙을 가진 선수들 틈에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스윙을 하는 선수가 있는데, 통한다. 불완전한 스윙을 하는 팬들이 나도 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것이다.

이 낚시꾼 스윙이 큰 화제를 일으켰지만 이건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승리다. 최호성은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하역 작업 실습 중 장갑이 언 참치에 달라붙는 바람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렸다. 복부 피부 이식 수술로 봉합을 했지만 날이 차면 아프고, 감각이 무뎌진다. 막노동, 철강회사 하청업체, 광산, 슈퍼마켓 배달, 자판기 청소 등을 했다.

특이한 스윙 덕에 인기 얻었지만 인간 승리 더 뭉클

최호성은 20대 중반에 골프장에 아르바이트로 들어갔다가 골프를 배워 프로가 됐다. 벤 호건처럼 캐디로 시작해 정상급 프로골퍼가 된 예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래전 일이다. 게다가 최호성보다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 불편한 몸으로 늦게 시작해 성공한 선수의 예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최호성의 재미있는 스윙 보다 그의 내면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낚시꾼 스윙보다 최호성의 노력과 불굴의 의지에 더 큰 감동을 받을 거다.

그러나 외연만큼 그의 사연들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얘기들은 한국 미디어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기자들의 게으름 보다는 그의 평판 때문이라고 본다. 최호성은 승부욕이 강했다. 경기 중 동반자들과의 갈등이 왕왕 있었다. 문제가 커져 KPGA로부터 1년 출전 정지 징계도 받았다.

기자는 최호성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최호성은 투어에 처음 나올 때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였다. 요즘 말로 아싸(아웃사이더) 중에 아싸였다.

생존 위한 기싸움 탓 주변과 불화도

골프계는 텃세가 심하다. 특히 예전 고참 선수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새로 투어에 등장한 후배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명목은 교육이지만 후배 기를 죽여 실력 발휘를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선배들이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골프는 매우 민감한 멘털 스포츠여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도 선수 출신에, 눈빛도 날카로워 젊은 시절 ‘필드의 타이슨’이라고 불렸던 최경주도 선배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할 정도니 다들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 텃세를 최호성이 가장 많이 당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는 늦깎이로 혼자 골프를 배워 아는 사람도 없는 외톨이였다. 예전 프로들은 허드렛일을 하며 배운 잡초 같은 선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선수들이 프로의 지위를 낮춘다고 무시했다. 최호성이 얼마나 외롭게 투쟁을 했을지 추측할 수 있다.

화해 통해 한국 골프 리더 되기를

선수들은 골프 투어가 정글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으려면 실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최호성이 가장 절박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는 마음에 철옹성을 쌓고 선배가 되어선 다른 선배의 모습을 무심코 따라하지 않았을까.

최호성은 매우 거친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철갑이 필요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불편하고 시끄럽고 위험해 보여 마찰도 있었을 것이다.

강압적 선후배 관계가 지배적이었던 체육계는 요즘 민주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호성은 이제 여유가 있다.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했고, 인기도 높다. 꿈의 무대인 PGA 투어 대회에도 참가하게 됐다. 동료나 후배들에게 손을 내밀어 한국 골프의 또 한 명의 존경받는 리더가 됐으면 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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