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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도자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체육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엘리트 체육시스템의 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성폭행 피해 사실에 대한 엘리트 선수들의 폭로를 계기로 주무부처는 물론 체육계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의 조직 운영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감사 요청에는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피해 장소로 언급한 국가대표 선수촌 등의 관리 실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의 실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감사원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에 따라 담당부서에서 관계기관에 대한 출장 조사 등을 진행한 뒤 감사청구서 접수일 기준 1개월 안에 실시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체육계는 심석희의 폭로를 계기로 '미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교 재학 시절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선수들이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면서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초점이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히 조사·수사하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운동부가 되면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합숙소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체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예정된 행사들을 뒤로 미루고 대책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오는 16일 노태강 제 2차관 주재로 진행할 예정이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자 간담회를 14일 오후 긴급히 취소했다. "체육계 현안으로 인한 내부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엘리트 체육과 대한체육회 업무 등을 총괄하는 체육정책과 주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나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생활체육과 학교체육까지 망라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대한체육회도 15일 이사회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촌장과 체육회 사무총장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1~2주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또 오는 17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리는 대표 선수들의 훈련개시식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매년 공개된 행사였으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는 방식을 바꿨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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