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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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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명가수, 강경난민 정책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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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오니 "난민 49명 바다에 내팽개쳐 놓은 것은 '코메디'"

살비니 부총리 "노래나 열심히 해라" 반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대를 초월해 이탈리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67)가 정부의 강경 난민 정책에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발리오니는 9일 제69회 산레모 가요제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비정부기구(NGO)가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들의 이탈리아 수용을 거부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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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인기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67) [EPA=연합뉴스]



내달 5일 리구리아 주 산레모에서 개막하는 유서깊은 가요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발리오니는 "이탈리아는 부주의하고, 악의적인 나라가 되고 있다. 산레모에서는 화합을 추구하자"며 난민 문제 등 이탈리아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40∼50명의 입국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독일 NGO 구조선에 구조된 난민 49명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수용 거부로 보름 넘게 바다를 맴돈 상황을 '코미디'로 규정했다.

조난 위기에 처했던 이들 난민들은 작년 말 몰타 연안에서 구조됐으나, 유럽 어떤 나라도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해를 넘겨 기약 없이 바다를 맴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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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NGO의 난민구조선 '씨 워치3'에 타고 있던 아프리카 난민들이 9일 몰타에 내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들은 9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8개국이 분산 수용에 합의함에 따라 구조된 지 19일 만에 몰타에 가까스로 입국했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이후에도 "단 1명도 이탈리아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며 분산 수용 결정을 내린 주세페 콘테 총리에 반기를 들어 난민 정책을 둘러싼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분열상을 노출했다.

반(反)난민, 반이슬람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을 이끌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항구를 닫는 등 초강경 난민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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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동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한 이탈리아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 소속의 디 마이오 부총리와 오성운동의 지지로 총리에 오른 콘테 총리는 살비니만큼 난민 정책에 강경한 입장은 아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그러나 이날 늦게 로마에서 콘테 총리, 루이지 디 마이오 총리와 만나 이탈리아에 할당된 난민 10여 명을 받아들이는 데 동의함으로써 분열을 봉합했다.

이 난민들을 이탈리아 종교 단체가 자비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살비니 총리는 발리오니의 비판에 "본업인 노래나 충실히 해라. 안보와 이민, 테러 대처는 해당 업무를 맡은 사람이 수행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맞받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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