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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쿠키인터뷰] 호소다 마모루 “왜 또 가족 얘기냐고요? 지금 세상이 정반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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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왜 또 가족 얘기냐고요? 지금 세상이 정반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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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에서 어린 아이와 가족, 판타지는 하나의 공식이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신작 '미래의 미라이'도 마찬가지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 나이가 네 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래의 미라이'는 네 살 남자 아이 쿤의 시선에서 그려낸 소품 같은 이야기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주인공 쿤이 정원에서 꿈 같은환상을경험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작은 이야기라고 만만히 봐선 안 된다. '미래의 미라이'는 지난해 제51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초청됐다. 지난 6일 열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다. 지금까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연출한 어떤 영화보다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최근 서울 필운대로 한 카페에서 만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의 추운 날씨에 놀랐다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첫 질문부터 영화 속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감독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키운 자신의 경험이 영화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오래된 영화나 옛날 화가의 그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일반적으론 미숙하고 무지한 아이들에게 교육을 내려준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면 정반대예요. 어른이 배우는 게 정말 많거든요. 네 살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 제가 네 살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네 살 때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죠.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선명해지면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게 돼요. 평소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 숨겨진 것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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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대표적인사회적 문제로 거론된다. 2016년 한국의 출산율은 불과 1.17명이었다. 일본(1.44명) 사정도 비슷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전통적인 가족 정서를 주로 다뤄왔다. 영화 '썸머워즈'는 시골에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미래의 미라이'에선 전형적인 4인 가족의 형태를 제시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그럼에도 가족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지금 세상이 정반대이기 때문이죠. 일본도 출산율이 매우 낮아요. 그런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요. 결혼의 형태도 자유로워졌어요. 꼭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함께 파트너십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육아나 가족에 대해 바라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많은 변화 속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미래의 미라이'가 함의하는 메시지를 언어로 구체화하는 건 힘든 일이다. 성장과 가족의 의미,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에 대한 얘기라는 걸 짐작하는 정도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아주 작은 모티브에서 시작한 이야기로 아주 큰 테마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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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라이'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아주 작은 가족 이야기예요.어린 아이가 주인공이고요.그런데 이 영화는 지금까지제가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큰 테마에 도달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굳이 알기 쉽게 드러내는 것보다는 일상을 반복시키면서 축적된 것이 관객에게 큰 의미로 보이는 걸 노렸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의 결과물인 '미래의 미라이'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전쟁 장면에 대해 긴 설명을 늘어놨다. 전범국인 일본의 입장에서 전쟁의 상처를 그리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한국과 중국, 동남아 관객들도 볼 거란 생각을 하고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전쟁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제 영화에 전쟁 장면은한 번도나온 적 없어요. 하지만 '미래의 미라이'는 가족의 방대한 역사를 그리는 영화예요. 가족 중에 전쟁을 경험한 분이 한 분 이상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죠. 영화 속 전쟁 묘사도 어디까지나 서민의 눈으로 본 전쟁이에요. 승리자나 패배자, 피해자나 가해자 같은 특정 시점에서 전쟁을 묘사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관객들이 제 의도대로 받아들여 줄지는 알 수 없어요. 저 역시 제 가족과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전쟁과 관련된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전쟁을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하나의 영화 속 요소로 들어간 거라고 생각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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