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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10년된 치킨집 무조건 문닫아라" bhc·BBQ 일방적 계약해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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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부터 서울 잠실에서 bhc 매장을 운영해 온 김명로(68)씨는 지난해 7월 가맹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영업 담당자는 "계약해지 타깃이 아니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10·11월 연달아 ‘가맹계약갱신 거절통보’가 전달되고 11월 20일 물류가 끊겼다. 김씨는 "갈수록 떨어지는 매출에 본사와 함께 양도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유도 모른 채 계약해지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후 매달 임대료만 154만원씩 내고 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10년 이상된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bhc와 BBQ는 법에서 보장하는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10년)이 지난 점주들을 대상으로 ‘회사 방침’을 내세워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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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프랜차이즈 업체 bhc의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열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bhc는 2017년 이전까지 10년 이상 점포라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부분 계약을 연장해 왔다. bhc 가맹점주들은 "지난해와 올해 10년 이상 운영한 bhc 가맹점 중 해지통보를 받은 곳이 10곳이 넘는다"며 "딱히 잘못한 게 없고, 납득할만한 명확한 설명도 없어 억울하다"고 입을 모았다.

bhc가 점주들에게 보낸 ‘가맹계약 갱신 거절 통보’에는 명확한 계약 해지 사유가 적혀있지 않다. ‘내부적으로 재계약을 검토했으나, 경영방침과 가맹계약에 대한 입장차이 등으로 가맹계약 종료를 통보하게됐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동안의 노고와 협력에 심심한 감사 드린다’는 내용이 전부다.

bhc의 한 점포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으나, 2년전에 리로케이션(점포 형태를 바꾸거나 확장·이전한 것)했다며 본사에 따지자 영업을 해도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특정 사유 없이 영업중단과 지속을 결정한 것이다. bhc를 8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이유없이 영업을 종료하라고 했다가, 다시 하라는 게 갑(甲)질 아니고 뭐냐"며 "점주들은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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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점주가 받은 가맹계약 갱신거절 통보. 가게를 닫을 예정이라는 이 점주는 “bhc측에 가맹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으나 ‘회사방침’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bhc 점주 제공



BBQ도 상황이 비슷하다. BBQ는 지난해 10년 이상 점주 다수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알렸다. BBQ 한 점주는 "지난해 계약기간 종료나 해지 통보를 받은 점주는 20~30명"이라며 "기존에는 이런 절차 없이 자동갱신이 되거나 계약연장이 됐는데 지난해부터 시정조치나 개선사항 알림 등이 없이 가맹해지 통보를 받은 점주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BBQ의 가맹계약해지가 협의회 구성을 막으려는 ‘보복성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BBQ 가맹점주협의회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총회를 연다.

점주들은 갑작스러운 해지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가맹점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 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가맹계약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10년이 지나면 본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도 더 이상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 허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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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종 bhc회장(좌), 윤홍근 BBQ 회장(우)./ 연합뉴스·조선DB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2017년 자정실천안을 발표했으나, 회원사 1300곳 중 이를 따르기로 한 곳은 CJ푸드빌(뚜레쥬르·투썸플레이스)·본죽 뿐이다. 국회에서 계약갱신요구권 10년 개정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bhc와 BBQ 본사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hc 관계자는 "점주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영업규칙에 따라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BBQ측도 "계약기간 종료를 알려준 것 뿐, 협의 후 영업을 지속하는 점포도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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