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출판사 "표현 자유 옥죈다" 반박했다가 논란 더 커지자 결국 사과
언더 더 씨[호밀밭출판사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곽효원 기자 =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 강동수 작가의 단편 소설 '언더 더 씨'가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작가와 출판사는 SNS에 '독자 수준'을 언급하는 글을 게시했다가 비난이 커지자 다시 사과 글을 올렸다.
'언더 더 씨'를 펴낸 호밀밭출판사는 9일 페이스북에 강동수 작가가 전해 온 사과문을 게재했다.
강 작가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놓은 '언더 더 씨'와 관련한 입장문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감정적이었던 데다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됐던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소설의 일부 구절은 집필 당시엔 '성적 대상화'를 의식적으로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도 '젠더 감수성' 부족의 소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적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언더 더 씨'는 고등학교 2학년 세월호 여성 희생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문제가 되는 구절은 소설 중 자두를 묘사하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 등이다.
그 구절 외에도 곳곳에서 종아리, 가슴 등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불필요한 묘사가 잦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작가는 애초 "극렬 편향적인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 삼았던 모양"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반박했고, 출판사 역시 "소설가와 출판사의 명예 그리고 한국사회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이 더 큰 비판을 몰고 오자 작가와 출판사는 결국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작가의 사과문과 함께 출판사도 "미숙하고 경솔한 표현 때문에 상처 입으셨을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작품의 표현에 대한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출판사가 취해야 할 태도로는 적절치 않았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관점, 특히 젠더 감수성 등도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과 실천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번 더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젠더 감수성이 부재한 한국 문학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외수 작가가 시 '단풍'에서 단풍을 '저년', '화냥기'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으며, 그해 2월에는 김훈 작가가 소설 '공터에서'에서 여아의 성기를 묘사한 것이 여성 혐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NS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은 여성 성기가 없으면 문학 작품 못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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