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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재벌존중 정부로 회귀" vs "의미있는 기초안"… 최저임금 이원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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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후폭풍

정부가 7일 결정체계 이원화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 개편 초안을 발표한 것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발표 직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낮추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며 “개편 의도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총 등 재계는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이라며 “앞으로의 논의에 기업의 지불 능력, 고용 여력, 생산성 같은 요인에 대한 고려가 보다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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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 “이번 발표, 최저임금 억제로 보여... 개편 의도 의심”

노동계는 이번 발표를 놓고 현 정부가 ‘노동존중 정부’에서 ‘재벌존중 정부’로 회귀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8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정부안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되는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포기한 이후 계속되는 최저임금 억제와 제도개혁 흐름 속에 추진되는 것으로 보여 개편 의도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며 “제가 최저임금노동자 위원이고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정책을 총괄하는 간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어느 관계자로부터도 관련된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결정하는 것과 관련 “어떤 전문성을 빙자해서 공익위원 중심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가 강조하고 있는 노사대표 참여와 책임성이 상당히 훼손되면서 결국 노사대표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사실 이번 정부개편안이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더 큰 논란만 키워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사실 인상기준에서도 균형감을 빙자해 경제 상황이 포함되면서 원래 (최저임금이)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인상해야 함에도 이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결국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낮추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가 알기로는 재계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라든지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대해서 상당히 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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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 환영

재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7일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과 관련,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정부 논의 초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보다 경제적 판단을 강화하고 노·사·공익 간에 균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것으로,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이 될 것”이라며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는 기업의 지불 능력, 고용 여력, 생산성 같은 요인에 대한 고려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방안,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책임성 강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국민경제 수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최저임금 산정기준 및 임금체계의 합리적·합법적 개편에 대한 논의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와 병행되거나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어제 발표안 확정 아냐... 대국민 설문조사할 것”

정부는 노동계와 야당의 공격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8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것은 논의를 위한 초안이다.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며 “다 복수의 대안들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이 안을 가지고 저희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설문조사도 해서 과연 현행 그대로 가는 게 좋겠는지 아니면 이원화를 하는 게 좋겠는지 이런 부분도 저희가 여쭤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정책관은 구간설정위원회 9명 중 정부 측 인사 3명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거란 우려에 대해 “저희가 캐스팅보트라기보다 이건 좀 더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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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발표안이 국제노동기구의 최저임금협약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관련, “사실 우리나라 최저임금결정구조는 ILO협약에 가장 부합한다”며 “실제로 ILO 131호 협약에서는 최저임금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노사 참여를 보장하라고 돼 있다. 실제로 프랑스 같은 경우는 노사에는 의견만 청취하고 결정을 정부가 직접 한다. 프랑스는 그 경우도 ILO협약을 비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제도 시행 시기에 대해 “지금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새로운 체제에서 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1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저희가 의견 수렴하고 2월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 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동자의 생활 보장뿐 아니라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한다. 노동부는 고용 수준 등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초안은 이달 중으로 확정돼 관련법 개정 등을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부터 적용된다. 노동부는 오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1∼30일에는 대국민 온라인 의견수렴도 할 예정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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