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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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하나의 유럽'을 표방했던 유럽연합(EU) 곳곳에서 새해에도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풀 꺾이는가 했던 프랑스의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는 새해를 기점으로 다시 불붙었고, 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를 불과 80여일 남긴 영국은 다음 주 의회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앞두고 있다. 리더십 위기가 유럽의 분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 대 반(反) 메이 총리'의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 차례 투표일자를 연기했던 메이 총리는 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출연해 오는 14~15일 투표일정을 공개하며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쟁점으로 꼽히는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해서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의회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메이 내각의 연정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나이절 도즈 부대표는 이날 안전장치를 '독약'에 빗대며 "합의안을 나쁜 거래로 만드는 근본적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간 가디언은 "투표가 다시 미뤄질 경우 더 심각한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와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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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새해 첫 노란 조끼 집회에서부터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지며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앞서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듯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 들어 신년사에서 돌연 강경자세로 선회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당일인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극단적 폭력이 공화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사실상 개혁동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또다시 국내 갈등이 고조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만 39세의 나이에 대통령이 된 그는 집권 1년6개월 만에 지지율이 20%대까지 폭락하는 등 정치적 시험대에 선 상태다. FT는 "서방에서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라는 불명예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돌아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와 같은 맥락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EU 2위 경제국인 프랑스 내에서 반(反) EU 성향이 점점 강해지면서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U 지도자들의 리더십 위기는 2021년 사퇴를 예고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서도 확인된다. 13년간 유럽의 지도자로 포용의 가치를 대변해온 그는 난민포용 정책에 발목 잡히면서 결국 지난해 '임기 후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는 유럽 전역에서 득세하는 포퓰리즘과 맞물려 기성정당의 쇠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리더십 위기는 나라별로 조금씩 양상이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동일한 정서가 깔려있다"며 양극화, 이민자 및 난민 혐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을 꼽았다. 이는 결국 오는 5월 의회선거를 앞둔 유럽이 분열과 포퓰리즘으로 가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신디게이트 칼럼을 통해 "브렉시트와 노란 조끼 시위대가 보여주듯, 유럽 사회를 가로지르는 단층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며 "그 어느 때보다 유럽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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